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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LG화학은 2035년까지 R&D에 15조 원을 투자하며 70%를 반도체·모빌리티·로봇소재와 항암 신약에 집중하고, 임직원 3,000명에게 AI 교육을 돌렸다.
롯데케미칼은 율촌 LEP 공장에 3,000억 원을 투자해 AI 품질검사·포장로봇·자동창고로 수작업 대비 일일 생산성을 약 50% 끌어올렸다.
1분기 롯데케미칼은 10개 분기 만에, LG화학·한화솔루션 석유화학 부문도 2년 반 만에 흑자로 돌아섰지만, 업계는 이를 일시적 효과로 보고 설비 통합과 AI 투자를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울산은 총사업비 289억 원, 40개월간 세계 최초 석유화학 AX 실증에 들어갔고, SK에너지는 1970년대부터 쌓아온 공장운영 데이터 1억 건을 개방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나프타가 끊기고, 국내 석유화학 NCC(나프타 분해 설비)가 선다. 중국발 범용 제품이 밀려오면 마진은 0원 아래로 내려앉는다. 석유화학은 공급 과잉과 지정학 리스크, 두 전선에서 동시에 밀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LG화학은 15조 원을, 롯데케미칼은 일일 생산성 50% 향상을, 울산은 1억 건의 공장 데이터를 내놨다. 구조조정만으로는 안 된다. 남길 설비에 AI를 심어야 산다.

15조·50%·1억 건, 석화 3사가 증명한 AI 생존 방정식

LG화학은 2035년까지 R&D에 15조 원을 투자한다고 올해 6월 발표했다. 이 중 70%를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와 항암 신약에 집중한다. CEO 직속 신사업 조직을 만들고 임직원 3,000명에게 AI 교육을 돌렸다. 신약 개발 플랫폼 '메디엑스'로 항체 후보물질 발굴 기간을 5년에서 절반으로 줄였다. 공정 이상 감지, 이미지 기반 불량 분류, 품질 예측까지 제조 현장형 AI를 전사에 깔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전남 율촌 LEP(엔지니어링플라스틱) 공장에 3,000억 원을 투자했다. AI 품질검사와 포장 로봇, 자동창고를 들여 수작업 대비 일일 생산성을 약 50% 끌어올렸다. AI 컬러매칭 시스템으로 고객 맞춤 색상 배합도 자동화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여수·울산 사업장에 AI CCTV와 IoT 센서를 깔아 설비 이상 징후를 미리 잡는다. 건축자재 브랜드 '휴그린'의 자동환기창은 서울 1,806세대 중 1,381세대(76.5%)에 들어갔다. 세 회사의 공통분모는 하나다. 범용에서 고부가로, 사람 판단에서 데이터 판단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줄일 설비는 줄이고, 남길 설비는 AI로

1분기 성적표가 나왔다. 롯데케미칼은 영업이익 735억 원으로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1,648억 원,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341억 원으로 2년 반 만에 흑자를 냈다. 다만 이 호실적은 전쟁과 유가 변수가 만든 일시적 효과일 수 있다. 그래서 업계가 푸는 방정식은 하나로 수렴한다. "줄일 설비는 줄이고, 남길 설비는 AI로 더 정밀하게."

대산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1조 2,000억 원 증자로 NCC를 통합해 에틸렌 연 38만 톤을 감축한다. 여수에서도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설비 통합을 추진 중이다. 설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중국과 중동의 추격을 막지 못한다. 남긴 설비에서 수율 1%p, 에너지 1%, 돌발 정지 하루가 곧 돈이 된다. 석유화학 업계 담당자는 "AX는 구조조정의 대체재가 아니라, 구조조정 이후 남길 설비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어적 투자"라고 말한다. 수율 개선, 에너지 절감, 돌발 정지 감소, 안전사고 예방, 이 네 가지를 숫자로 입증하지 못하면 AX는 구호로 끝난다.

울산이 여는 세계 최초 석화 AX 실증

울산은 총사업비 289억 원을 걸고 40개월간 세계 최초 석유화학 AX 실증에 들어갔다. SK에너지가 1970년대부터 쌓아온 공장운영 데이터 1억 건을 핵심 레시피만 제외하고 개방했다. 구전으로 전해지던 선배의 노하우를 AI가 학습해 자산화하는 셈이다. 11개 산학연 컨소시엄이 공정 최적화, 설비 예지보전, 안전관리 3대 특화 모델을 만들고, 10개사 실증에 디지털 트윈 가상 공장까지 얹는다.

여수국가산단도 같은 방향이다. LG화학 여수는 AI 분석 플랫폼을 전사에 확대하고, 롯데케미칼 여수는 촉매·제품 개발과 소재 조합 시뮬레이션을 AI에 맡긴다. 금호석유화학 여수는 예지보전 모델을 돌린다. 장치산업 특성상 가동률과 에너지, 정비 시점, 수율이 손익에 직결된다. 1억 건의 로우데이터가 3대 특화 모델로, 다시 10개사 실증 현장으로, 최종적으로 디지털 트윈으로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이 완성되면 경험의 자산화가 수익의 데이터화로 증명된다.

숫자가 찍힐 때까지는 검증 안 된 베팅

석유화학 위기는 AI만으로 풀리지 않는다. 설비를 줄이는 구조조정과 남은 설비에 AI를 심는 AX가 한 세트다. LG화학 15조, 롯데 생산성 50%, 울산 1억 건, 대산 1조 2,000억 합병,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은 같다. 범용 전쟁에서 이길 수 없으면 고부가 소재와 데이터 경쟁력으로 판을 바꿔야 한다. 2028년 울산 실증 결과가 첫 성적표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수율 1%p, 정지 하루, 사고 제로가 데이터로 찍힐 때 AI 전환은 완성된다. 지금 할 일은 명확하다. 우리 공장의 어떤 공정 데이터를 먼저 모으고, 어느 설비부터 남길지 정하는 것. 그 판단부터가 석유화학 생존의 첫걸음이다.

참고 자료

  • LG화학 — 2035년까지 R&D 15조 원 투자 발표(2026년 6월)
  • 롯데케미칼 — 전남 율촌 LEP 공장 3,000억 원 투자 및 생산성 향상 사례
  • 금호석유화학 — 여수·울산 AI CCTV·IoT 예지보전 및 '휴그린' 자동환기창
  • 울산 석유화학 AX 실증 사업 — SK에너지 공장운영 데이터 1억 건 개방, 11개 산학연 컨소시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