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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정부는 2035년까지 2조 5,000억 원 규모 AI 항만 기술 시장을 열겠다고 선언하며 부산항·광양항·진해신항에 2조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한다.
그런데 한국해양진흥공사 조사에서 해운·항만·물류 기업 중 기초적인 AI 기능조차 쓰는 곳은 14%에 그쳤다.
광양항에는 2029년까지 7,724억 원을 들여 4선석 완전자동화 테스트베드를, 부산항에는 2030년까지 4,351억 원으로 한국형 자동화 터미널을 조성한다.
HD현대삼호는 광양항 테스트베드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 타코마항 운영사와 항만 크레인 4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검증된 기술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35년까지 2조 5000억 원 규모의 AI 항만 기술 시장을 열겠다고 선언했다. 부산항과 광양항, 진해신항에만 2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다. 그런데 정작 해운과 항만, 물류 기업 가운데 기초적인 AI 기능조차 쓰는 곳은 14%에 그친다. 인프라는 깔리고 있는데 현장은 따라오지 않는다. 이 간극이 피지컬 AI 항만의 승부처다.

정부는 2조 5000억 판을 짰다

해양수산부는 7월 '피지컬 AI 항만 전략'을 발표했다. 2035년까지 4대 핵심기술을 선도하고 생산성을 30% 끌어올려 항만 장비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진해신항은 2032년 1단계 9선석을 피지컬 AI 항만 선도모델로 구축하는데, 이 사업 하나만으로 약 2조 50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열린다.

광양항에는 2029년까지 7,724억 원을 들여 4선석 완전자동화 테스트베드를 조성한다. 안벽크레인 8기, 야드크레인 32기, 무인이송장비(AGV) 44대, 항만운영시스템(TOS)을 국산 기술로 짓고, 에이전틱 AI가 야드 운영을 최적화하면서 AGV 주행 구간의 균열을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부산항은 2030년까지 4,351억 원을 투입해 한국형 자동화 터미널을 완성한다. 국산 하역장비에 AI 통합장비제어시스템(ECS)을 얹어 AI가 컨테이너의 최적 적재 위치를 스스로 결정하게 만든다. 인천항 신항 1-2단계도 6,727억 원을 들여 2028년 완전자동화 개장을 앞두고 있다. 인프라 투자는 이미 전방위로 시작됐다.

현장은 14%에 멈췄다, 예산이 풀리지 않는 이유

문제는 현장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2025년 해운·항만기업 30여 개사를 조사한 결과, 기초적인 AI 기능을 도입한 비율은 14%였다. 일부 대기업을 빼면 다른 산업보다 현저히 뒤처진다. 기업들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입해서 무엇을 얻는지 가늠이 안 된다"고 토로한다. 공급 기업은 "투자에 인색하고 정보가 어두워 시장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맞받는다.

해진공은 2025년 130억 원을 들여 원스톱 AX 지원체계와 AI 에이전트, AI 오픈랩, AI 퀵 이노베이션, AX 플랫폼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LG CNS 실증에서 확인된 핵심은 ROAI, 즉 투자수익률 중심 AI다. 단순히 기술을 붙이는 게 아니라 밸류체인 혁신으로 경영 가치를 만들어야 현장이 움직인다.

데이터도 파편화돼 있다. 케플러(Kpler)와 MOU를 맺어 해운 데이터와 시장 분석을 공유하고, 건화물선 운임지수(KDCI)의 글로벌 활용을 넓히는 것도 같은 연장선이다. 노사정협의체로 노동계의 우려도 풀어야 한다.

검증된 기술은 이미 수출되고 있다

판은 바뀌고 있다. 광양항 테스트베드 참여 실적을 바탕으로 HD현대삼호는 미국 타코마항 운영사 WUT와 항만 크레인 4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부산항과 엔키아가 공동 개발한 크레인 와이어로프 AI 예지보전 기술은 해수부 상용화 지원사업에 선정돼 정부지원금 19억 원을 포함한 27억 원으로 5개 부두에서 실증 중이다. 자기신호 진단장치와 AI 연산으로 와이어로프의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잡아내고 잔존수명을 예측한다.

부산항과 HD현대삼호는 AI 크레인, 예지보전, 운영시스템, 핵심부품 고도화, 예방정비까지 전 주기를 공동 연구한다. 중소기업 기술협의회로 상용화 전략도 짠다. "장비 중심의 자동화를 넘어 운영하는 항만 자체를 지능화한다"는 방향이다.

항만물류 AI 고속도로로 트럭과 선박, 항만이 실시간 데이터를 주고받고, GPU 팜과 데이터센터를 중소기업에 개방한다. 한국형 자동화 터미널이 인프라 수출의 무기가 되고 있다.

14%를 끌어올릴 3년

피지컬 AI 항만 전략은 인프라 2조 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도입률 14% 현장이 증명하듯 예산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ROAI로 설득하고, 오픈랩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실증으로 검증된 기술만 골라 적용해야 한다.

2027년 진해신항 1단계 착공, 2028년 인천항 완전자동화 개장, 2029년 광양 테스트베드 완공. 아직 3년의 시간이 있다. 늦지 않았다. 작은 부두 하나부터 시작하면 된다. 항만이 살아야 수출이 산다.

참고 자료

  • 해양수산부 — '피지컬 AI 항만 전략' 발표(2026년 7월)
  • 한국해양진흥공사 — 2025년 해운·항만기업 30여 개사 AI 도입률 조사(14%)
  • 부산항·HD현대삼호·엔키아 — 크레인 와이어로프 AI 예지보전 실증 및 미국 타코마항 크레인 공급 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