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은 작년 IT에 1조 8,086억 원을 투자했고, 보험사는 전체 계약의 52%를 AI가 자동 심사한다.
DB손해보험은 AI 사전 인수심사로 심사 시간을 40분에서 10분으로(75% 단축) 줄였고, 삼성화재는 AI 의료심사로 장기 보험 승인율을 71%에서 90%로 끌어올렸다.
신한투자증권은 8월 3일 국내 금융사 최초로 AI 에이전트만으로 구성된 독립 부서(팀장 1+담당 3개 에이전트)를 만들었다.
금융권 AX 전환율은 5대 금융지주 평균 30~40%대이지만, 결정 책임 소재를 리스크로 꼽은 곳이 60%, 법·규제 준수 부담을 꼽은 곳이 80%로 책임 체계는 아직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은 사람이 심사하고 판단하는 곳이었다. 계약 하나를 승인하려면 언더라이터가 서류를 뒤졌고, 보험금을 지급하려면 심사자가 진단서를 들여다봤다. 그런데 2026년 하반기, 그 자리의 절반이 AI 몫으로 넘어가고 있다. 4대 은행은 작년 한 해 IT에 1조 8086억 원을 쏟아부었고, 보험사는 전체 계약의 52%를 AI가 자동 심사한다. 증권사에는 AI 에이전트만으로 이뤄진 부서가 국내 최초로 생겼다. "AI가 내 일을 뺏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과 "이미 실행 단계다"라는 현실이 동시에 도착했다.
은행 1.8조 깔았다, AX 인프라에서 실행 경쟁으로
KISA 정보보호 공시 기준 4대 은행의 작년 IT 투자 총액은 1조 8086억 원이다. KB국민 5315억, 신한 4634억, 하나 4121억, 우리 4017억. AI 서비스 이용료부터 연산 인프라, 데이터 정제, 접근권한 관리까지 AX 기반 비용이 이 액수에 녹아 있다. 제도 틀도 잇따라 갖춰졌다. 2026년 1월 AI 기본법이 시행됐고, 6월 22일부터는 거버넌스, 합법성, 보조수단성, 신뢰성 등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 7대 원칙이 발효됐다.
규제 쪽도 움직였다. 금융위원회는 6월 18일 현장 간담회에서 일부 금융사의 보안용 망분리를 긴급 완화하고, AI 학습을 가로막는 개인신용정보 동의 제도와 데이터 가명처리 규제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AI 행위 기준과 책임 권한 규율 체계 검토, AI 전용 감독 방안과 샌드박스 테스트도 예고했다.
한국금융신문 조사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AX 전환율은 평균 30~40%대다. 연말 목표는 KB 30~40%, 하나 50~60%, 신한·우리·농협 70~90%. 가장 많이 쓰는 분야는 영업과 심사다. 눈에 띄는 건 리스크 인식인데, 결정 책임 소재를 꼽은 곳이 60%, 법·규제 준수 부담을 꼽은 곳이 80%였다. 인간이 최종 감독해야 한다는 원칙은 전 은행이 같다. 그런데도 신한은 AI 에이전트부를 신설했고, NH투자증권은 AX추진부를, 삼성증권은 AX·PX센터를 세웠다. 우리은행은 삼성SDS와 29대 업무에 AI 에이전트 도입을 추진하며 200대 GPU 구매를 검토한다. 인프라가 임계점을 넘자 실행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보험 심사 절반이 AI다, 40분이 10분으로 줄었다
금융감독원이 작년 4월 발표한 조사에서 118개 금융회사가 653개의 AI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은행 299개, 보험 145개, 증권 143개, 카드 66개. 단순 챗봇을 넘어 핵심 심사와 보상, 사기 탐지까지 AI가 파고든 흔적이다.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보험이다.
현대해상의 2Q-PASS는 전체 보험계약의 52.3%를 AI가 자동 심사한다. 단순 서류 검토를 넘어 인수 판단 영역까지 넘겼다. DB손해보험은 AI 사전 인수심사로 심사 시간을 40분에서 10분으로 줄였다. 75% 단축이다. 216개 표준업무를 자동화해 연간 6만 5000시간, 15억 원을 아꼈다. 삼성화재의 AI 의료심사는 OCR과 생성형 AI로 진단서와 수술 기록을 자동 분석해 심사 인력 검토 비중을 70% 줄였고, 장기 보험 승인율을 71%에서 90%로 끌어올렸다. 메리츠화재의 메리츠어시스턴트는 1분기에만 1만 시간 넘게 업무를 줄였고 콜센터 상담의 30%를 AI가 처리한다.
조직도 바꿨다. KB손해보험은 디지털전환추진본부를 AI데이터본부로 격상하고 삼성SDS 출신 오경진 상무를 영입했다. 다만 속도만큼 경고도 선명하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위원은 "인수결정이나 보험금 지급은 최종 책임과 검증 부담이 커서 인간 관리자의 검증과 승인이 필수"라며 "AI 오류와 편향, 책임 거버넌스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은 달리고 있다. 책임 체계가 따라잡아야 한다.
증권사 첫 AI 에이전트부, 디지털 동료가 출근했다
신한투자증권은 8월 3일 국내 금융사 최초로 AI 에이전트만으로 구성된 독립 부서를 만들었다. 팀장 에이전트 1개와 담당 에이전트 3개, 총 4개 에이전트가 한 부서다. 팀장 에이전트가 업무를 배분하고 담당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눠 결과물을 완성하며 서로 인수인계한다. 최종 검토와 거버넌스, 보안 관리는 인간인 AI 전문가 1인이 겸직으로 맡는다.
첫 파일럿은 홀세일 부문이다. 미팅 자료와 제안서 작성, 시장정보 조사, 이슈 분석을 에이전트가 맡고, 직원은 투자전략과 신규 비즈니스에 집중한다. AI를 도구가 아니라 디지털 동료로 쓰는 첫 조직 실험이라 할 만하다. NH투자증권은 8월 11일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법인영업 중심의 AI 에이전트 개발과 전사 AI 플랫폼 구축에 착수했다. 삼성증권은 AX·PX센터를 세워 삼성금융 계열 전체의 AI 조직 정비와 연동한다.
걸림돌은 망분리다. 금융권은 클라우드 사용에 제약이 있어 생성형 AI도 온프레미스로 내부망에 배포해야 한다. 삼성SDS와 LG CNS 같은 SI 업체가 AX 프로젝트를 온프레미스로 수행하는 이유다. 다만 빗장도 풀리고 있다. 금융위는 4월부터 생성형 AI 모델 변경에서 단순 버전 업그레이드는 재지정 없이 서면 확인만으로 즉시 출시할 수 있게 간소화했고, 지금까지 169건이 지정돼 45개 서비스가 나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별도 R&D망을 구축해 바이브코딩과 챗봇을 이미 활용 중이다.
실행으로 넘어간 뒤, 남은 건 책임이다
1조 8086억 원의 인프라 위에 보험 심사 52% 자동화가 올라섰고, 심사 시간은 75% 줄었다. 증권사에는 AI 에이전트부가 섰다. 망분리 완화와 가이드라인, 샌드박스가 이 흐름의 방아쇠다.
금융권 AX가 선언에서 실행으로 넘어간 지금, 남은 과제는 책임 소재와 거버넌스다. AI가 판단해도 최종 서명은 인간이 한다. 그 경계를 어떻게 세우느냐가 앞으로 금융의 경쟁력을 가른다. 시작은 작게, 검증은 빠르게. 늦지 않았다.
참고 자료
- KISA 정보보호 공시 — 4대 은행 IT 투자 총액(1조 8,086억 원)
- 금융감독원 — 2025년 4월 금융회사 AI 서비스 운영 현황 조사(118개사, 653개 서비스)
- 한국금융신문 — 5대 금융지주 AX 전환율 및 리스크 인식 조사
- 현대해상·DB손해보험·삼성화재·메리츠화재 — 보험 AI 자동심사 도입 사례
- 신한투자증권 — 국내 최초 AI 에이전트만으로 구성된 독립 부서 신설(2026년 8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