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인프라는 사고가 터진 뒤에야 움직였다. 관로가 파열되고, 범죄가 발생하고, 차가 막힌 다음에야 대응했다. 부산 상수도본부는 이 순서를 뒤집었다. AI가 내일 터질 관로를 오늘 알려주고, 서울은 CCTV 오탐 데이터를 학습시켜 판별 정확도를 36%에서 81%로 끌어올렸다.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측으로, 공공 AI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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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부산 상수도본부는 87억 원을 투입(2026~2029년)해 관로 9,000km를 AI로 사전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 — 현실화율 85%에 그치는 비효율을 겨냥한다
서울시는 지능형 CCTV에 271억 원을 투입, 1년간 오탐 데이터를 학습시켜 판별 정확도를 36%→81%로 끌어올렸고 오탐 알림은 월 454만 건→35만 건(92% 감소)으로 줄였다
서울 TOPIS의 AI 신호 최적화는 강남대로 14개 교차로에서 평균 지체를 44% 줄였고, 사고 감지 시간은 6분 이상에서 90초 미만으로 단축했다
포항시는 디지털계량기 6만 7,000개 중 73%를 전환해 누수 알림을 넘어 홀몸노인 안전 알림까지 확장했다

관로 9000km를 AI가 읽는다 — 부산 상수도의 사전 예측 실험

부산시 상수도본부가 명장정수장에 87억 원을 투입해 AI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한다. 2026년부터 2029년까지 4개년 사업이다. 센서가 원수 오염도를 측정하면 AI가 정화 약품 투입량을 스스로 조절한다. 관로에 부착한 센서 데이터를 분석해 누수 지점을 사전에 예측하는 구조다.

핵심은 스마트 관망 관리다. 관 종류와 관경, 지반 조건, 과거 누수 이력, 수압 변화까지 AI가 종합 분석한다. 결과물은 누수 가능성 지도와 우선 교체 대상 리스트다. 부산 상수도본부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일 파열이 예상되는 관로를 오늘 교체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예산 집행"이다. 사후 수리가 아니라 데이터 기반 선제 교체다.

부산이 AI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시가 관리하는 상수관로가 9000km에 달하고, 현실화율은 85%에 그친다. 100원을 들여 만든 수돗물을 85원에 파는 구조다. AI는 이 비효율을 정확히 겨냥한다. 포항시는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상수도 AI 검침을 도입했다. 디지털계량기 6만 7000개 중 73%를 전환했고, 누수 알림을 넘어 홀몸노인 안전 알림까지 확장했다. 대구교통공사는 지하철 역사 내 누수를 AI로 조기 발견하는 시스템을 올해 3월부터 운영 중이다. 유라클과 위플랫은 고감도 누수센서와 생성형 AI를 결합한 실증 사업(KEITI 19억 원)으로 자연어 진단 보고서까지 자동 생성한다. 관로 하나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물 관리 체계가 바뀌고 있다.

관제요원 1명이 CCTV 1200대를 본다면 — 서울의 오탐 학습

서울시는 2026년 한 해에만 271억 원을 지능형 CCTV에 투입한다. 신규 설치와 노후 교체, 지능형 전환을 포함해 총 8536대를 구축하는 규모다. 서울에는 현재 약 12만 대의 CCTV가 있고, 그중 지능형은 5만 7000대다. 문제는 인력이었다. 관제요원 한 명이 평균 1200대의 CCTV를 확인해야 하는 구조에서 단순 객체 인식만으로는 현장 대응이 불가능했다.

서울시는 1년간 오탐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판별 정확도는 36%에서 81%로 올랐고, 관제 효율을 갉아먹던 오탐 알림은 월 454만 건에서 35만 건으로 92% 감소했다. 2026년부터는 소형 언어모델 기반 생성형 AI로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위험 상황의 전후 맥락을 분석하고 대응 우선순위와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맥락 인지형 관제'다. 1개 자치구 시범을 거쳐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S-Map은 이 데이터를 공간 예측으로 확장한다. 서울 전역을 100m 단위 격자로 쪼개고 유동인구, 가로등 밝기, 건물 용도, CCTV 밀도를 변수로 투입한다. 최근 2년간의 실제 범죄 데이터로 검증한 모델이 순찰 경로와 보안등 배치, CCTV 증설 위치까지 결정한다. 야간 사건이 잦은 골목은 더 이상 감이 아니라 격자 데이터로 식별된다.

신호가 길을 읽는다 — 서울 TOPIS의 AI 교통

서울 TOPIS는 6800대의 CCTV와 4200개 노면 검지기, 버스 7413대와 택시 7만 1974대의 GPS 데이터를 한곳에서 분석한다. 여기에 S-DoT 센서까지 더해 도로 위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 수치로 바꾼다.

AI 신호 최적화는 강남대로 14개 교차로 시범에서 시작됐다. 평균 지체가 44% 줄었다. 현재 38개 주요 도로로 운영이 확대됐고 2027년 120개, 2029년 서울 전역이 목표다. 고속도로 교통 예측 정확도는 15분 기준 90%, 60분 기준 79%다. 사고 감지 시간은 수동 관제 6분 이상에서 AI 자동 감지 90초 미만으로 단축됐다. 시범 구간의 평균 통행시간은 2022년에서 2025년 사이 12% 감소했고, 정차-출발 반복은 18% 줄었다.

스마트 교차로에서는 평균 지체 41% 감소, 신호위반 36% 감소라는 결과가 나왔다. 신호가 고정된 타이머가 아니라 실시간 교통량을 읽고 스스로 주기를 바꾸는 구조다. 자율주행 차량이 도로 상태 데이터를 추가로 쏟아내기 시작하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센서망으로 연결되는 단계로 넘어간다.

사후 대응의 시대는 끝났다

공공 AI가 관로와 CCTV와 신호등에서 공통으로 증명한 것은 하나다.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측으로의 전환은 예산 절감이 아니라 운영 철학의 변화라는 점이다. 87억 원의 정수장 AI 투자는 노후관 9000km의 교체 우선순위를 데이터로 말하게 했고, 271억 원의 CCTV 예산은 관제요원 1명당 1200대라는 구조적 한계를 오탐 학습으로 돌파했다.

진짜 변화는 의사결정 구조에 있다. 과거에는 인력이 CCTV를 보고, 보고서를 쓰고, 상사가 결재했다. 지금은 AI가 징후를 먼저 읽고,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판단 근거를 제시한다. 사람은 최종 결정만 내린다. 인프라를 바꾸려는 조직이라면 감지와 예측, 의사결정 중 어디부터 데이터로 전환할지 먼저 정하라.

참고 자료

  • 부산시 상수도본부 AI 스마트시스템 구축 계획(87억 원, 2026~2029년)
  • 서울시 지능형 CCTV·S-Map·TOPIS 관련 발표자료
  • 포항시, 대구교통공사 AI 누수감지 사례
  • 유라클·위플랫 KEITI 19억 원 규모 누수센서 실증 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