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Anthropic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신호를 보냈다. Claude Opus 4.7이 산업용 로봇의 하드웨어 프로그래밍과 센서 통합을 자율적으로 완료했다는 것이다. 소요 시간은 10분 미만. 가장 빠른 인간 팀보다 20배 빨랐다. 무보조 인간 팀보다 37배 빨랐다. 생산된 코드 양은 동일 결과를 내기 위해 인간이 작성해야 하는 코드의 10분의 1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정밀한 물리적 조작 작업에서는 완전히 실패했다. 공을 정확한 위치로 옮기는, 인간에게는 사소한 작업을 Claude는 해내지 못했다.
이 두 결과는 AI의 미래를 읽는 핵심 실마리다. 피지컬 AI와 AI 에이전트 시대, Claude는 어떤 위치에 설 것인가? 그리고 한국의 소버린 AI는 이 거대한 흐름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피지컬 AI: 코드는 쓰지만 공을 옮기지는 못한다
Anthropic의 Project Fetch Phase 2 결과가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한 벤치마크 성적 때문이 아니다. 2025년 8월, Claude Opus 4.1은 로봇과의 초기 연결조차 자율적으로 완료하지 못했다. 9개월 후 Opus 4.7은 센서 구성, 하드웨어 프로토콜 탐색, 소프트웨어 통합을 완전 자율적으로 완료했다. 이 궤적이 계속된다면 18개월 후의 그림은 지금과 완전히 다를 것이다.
Anthropic의 해석은 도발적이다. 이 성과가 로봇 전용 미세 조정의 결과가 아니라 일반 목적 모델의 스케일링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는 것이다. 만약 이 해석이 맞다면, 피지컬 AI 투자자들이 수십억 달러를 걸고 있는 가설 하나가 검증된 셈이다. 범용 모델이 계속 커지면 물리 세계도 다룰 수 있게 된다는 가설 말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격차
하지만 정밀 제어의 한계는 각주가 아니다. 폐루프 인식, 빠른 작동, 공간 재배치는 대부분의 실제 로봇 배치 시나리오의 핵심이다. 오디세이가 3억 1000만 달러, 프로메테우스가 120억 달러를 조달한 것은 이 하드웨어 레이어에 대한 투자다. 소프트웨어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물리적 작동의 마지막 단계는 여전히 별도로 풀어야 할 문제다.
이 지점에서 경쟁 구도가 흥미로워진다. OpenAI는 로봇 사업을 전면 재개했다. 소라의 설계자 아디티아 라메쉬가 이끄는 오픈AI 로보틱스는 2026년 5월 공식 출범했다. 사고방식은 "뇌를 먼저 만들고 몸을 나중에 키운다"다. 소라의 세계 시뮬레이션 기술을 로봇의 공간 이해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제미나이 로보틱스 ER 1.6으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과 협력해 계기판 판독 같은 실용적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클로드는 피지컬 AI 경쟁에서 늦게 출발했지만 출시 속도는 빠르다. 문제는 Anthropic이 이 방향으로 얼마나 많은 자원을 투입할 의지가 있느냐다. 아직 로봇 전용 하드웨어 계획은 공개된 바 없다.
AI 에이전트: 누가 당신의 데스크톱을 점령할 것인가
로봇이 물리 세계의 미래라면, AI 에이전트는 디지털 세계의 현재다. 2026년 4월, 세 개의 거대한 전략적 베팅이 동시에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Anthropic의 클로드 컴퓨터 유즈는 휴대성에 베팅했다. VM, 컨테이너, 원격 데스크톱 어디서든 실행할 수 있는 스크린샷 기반의 도구 사용 모델이다. 특정 OS에 종속되지 않고, 고객이 직접 실행 환경을 통제한다. 유연하지만 구축 부담은 고객 몫이다.
OpenAI의 코덱스 백그라운드 컴퓨터 유즈는 데스크톱 통합에 베팅했다. 코덱스가 맥OS의 별도 데스크톱 세션에서 앱을 열고 파일을 편집하고 GUI를 조작한다. 엔지니어는 주 모니터에서 계속 작업하고, 코덱스는 백그라운드에서 여러 작업을 병렬 처리한다. 설정이 덜 필요하지만 이식성은 좁다. 맥OS 전용이다.
구글의 제미나이 컴퓨터 유즈는 브라우저 집중에 베팅했다. 프로젝트 마리너에서 성장한 이 접근법은 픽셀 분석보다 DOM 구조와 접근성 트리를 우선시한다. 웹 폼, CRM, 광고 플랫폼, SaaS 대시보드 같은 구조화된 웹 워크플로우에서 강점을 보인다. 하지만 네이티브 데스크톱 앱은 약점이다.
세 가지 철학, 하나의 질문
이 세 접근법은 단순한 제품 차이가 아니라 회사의 DNA를 보여준다. Anthropic은 고객이 직접 통제하는 도구를 믿는다. OpenAI는 플랫폼이 모든 것을 처리하는 편리함을 믿는다. 구글은 브라우저라는 기존 지배력을 확장하는 길을 믿는다.
기업이 실제로 어떤 접근법을 선택할지는 워크로드에 달려 있다. 윈도우 레거시 앱 자동화는 클로드, 맥 네이티브 개발 보조는 코덱스, 브라우저 기반 SaaS 작업은 제미나이다. 대부분의 조직은 결국 세 가지를 모두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소버린 AI: 작은 모델로 살아남기
이 거대한 글로벌 경쟁의 그림자 속에서, 한국은 다른 길을 모색 중이다. 완전한 독립보다 실용적 주권을 선택하는 전략이다.
소버린 AI 논의는 기술의 국적을 어디까지 따질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자국 기술 중심의 독립을 강조했고, KT클라우드는 데이터 주권에 방점을 뒀다. 전자는 "외산 기술에 상표만 붙이는 건 소버린이 아니다"고, 후자는 "데이터 주도권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핵심"이라고 맞섰다.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서 이 긴장은 숫자로 확인됐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큐웬의 인코더 가중치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독자성 위반으로 판정돼 2차 평가에서 탈락했다. SK텔레콤과 업스테이지는 유사한 의혹을 받았지만 통과했다. 독자성의 기준이 아직 유동적이라는 의미다.
두 가지 길
한국의 소버린 AI는 두 갈래로 가고 있다. 하나는 SK텔레콤의 A.X K1 같은 거대 모델이다. 5,190억 파라미터, MoE 구조, 오픈소스 공개. 미국과 중국에 이은 AI 3강 진입을 목표로 한다. 다른 하나는 sLLM이다. 작지만 특화된 모델로, 금융·의료·법률 같은 규제 산업이나 엣지 디바이스에서 주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작은 모델의 강점은 분명하다. 데이터를 국내에 두면서도 한국어 특화 성능을 낼 수 있다. 외산 API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수출 통제 리스크에서 자유롭다. 온프레미스 구축이 가능해 보안 규제도 충족한다. 거대 모델의 성능을 따라잡을 수는 없지만, 모든 작업에 거대 모델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2는 이 접근법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타우2 벤치마크 98%로 딥시크 V4 프로(96.2%)를 넘어서고 Anthropic의 페이블5(98.5%)에 근접했다. 작지만 특화된 모델도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다.
Claude의 미래: 세 가지 시나리오
지금까지의 분석을 종합하면 Claude의 미래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시나리오 1은 생태계 지배다. Claude Code와 Routines가 개발자 워크플로우의 표준 인프라가 되고, 엔터프라이즈 계약이 깊어지며, 피지컬 AI에서도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 Project Fetch의 궤적이 계속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다.
시나리오 2는 조용한 퇴조다. GPU 용량 부족이 지속되고 수출 통제가 반복되면서, 기업 고객들이 조용히 Claude 의존도를 줄여간다. 복잡한 작업만 Claude에 맡기고 나머지는 다른 모델로 분산한다. "기본 도구에서 선택적 도구로"라는 애널리스트의 경고가 현실화되는 경우다.
시나리오 3은 하이브리드 공존이다. Claude는 범용 도구로 남고, 한국의 sLLM은 특화 영역에서 자리 잡는다. 기업들은 용도에 따라 모델을 전환하며, 어떤 단일 모델에도 종속되지 않는 멀티 벤더 전략이 표준이 된다. 현재로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다.
어느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든, 한 가지는 이미 분명하다. AI 모델의 경쟁은 더 이상 기술 성능의 경쟁이 아니다. 지정학, 공급망, 데이터 주권, 생태계 종속성이라는 복잡한 변수들이 얽힌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한국의 선택은 "누구의 AI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선택지를 확보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