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세 편의 글에서 Claude가 왜 한국에서 인기인지, 어떤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는지 살펴봤다. 하지만 이쯤에서 냉정하게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Claude에는 약점이 없는가?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 Anthropic의 우위는 지속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Claude에는 뚜렷한 약점이 있고, Anthropic의 한국 시장 전략에는 구조적 빈틈이 있다. 더 중요한 건, 그 빈틈을 파고드는 경쟁자들이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6년 봄, Claude가 갑자기 멍청해졌다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약 6주 동안 Claude Code 사용자들 사이에서 집단 불만이 터져 나왔다. 모델이 코드를 제대로 읽지 않고, 복잡한 작업을 얕게 처리하고, 이전에 하던 일을 자꾸 잊어버린다는 것이었다.
AMD AI 그룹의 시니어 디렉터 스텔라 로렌조는 공개 GitHub 이슈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사고의 깊이가 얕아지면 모델은 가능한 가장 값싼 행동을 기본값으로 선택한다. 읽지 않고 편집하고, 끝내지 않고 멈추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올바른 수정 대신 가장 단순한 수정을 택한다."
Anthropic은 4월 23일 공식 포스트모템을 발표했다. 결론은 모델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세 가지 제품 레이어의 버그였다.
사고 깊이 기본값의 변경
3월 4일, Anthropic은 Claude Code의 응답 속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론 노력의 기본값을 높음에서 중간으로 낮췄다. 클로드가 덜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쉬운 작업은 빨라졌지만, 복잡한 작업은 더 얕아졌다. "잘못된 트레이드오프였다"라고 Anthropic은 인정했다.
캐시 버그로 기억 상실
3월 26일, 대화 세션의 사고 기록을 정리하는 캐시 최적화에 버그가 생겼다. 유휴 세션에서 한 번만 지워야 할 내용을 매 턴마다 지워버린 것이다. 클로드가 "자신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기억"을 매번 잃어버리면서 반복적인 행동과 판단 오류가 발생했다.
출력 길이 제한 명령
4월 16일, 시스템 프롬프트에 "도구 호출 사이의 텍스트는 25단어 이하로 유지하라"는 지시가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코딩 작업에서 필요한 상세한 설명이 억제되면서 코드 품질이 떨어졌다.
세 가지 버그는 모두 4월 20일 해결됐지만, 이 사건은 더 깊은 문제를 드러냈다. Claude Code의 품질 문제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버그가 아니라 용량 제약의 증상이라는 것이다. 애널리스트 찬드리카 더트는 이렇게 분석했다. "복잡한 엔지니어링 작업에는 중간 추론 단계를 포함해 훨씬 더 많은 컴퓨팅이 필요하다.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시스템이 모든 요청에 대해 이 수준의 컴퓨팅을 지속할 수 없다."
결국 Claude의 약점은 기술이 아니라 경제다. 무거운 작업을 계속 깊게 처리할 GPU가 충분하지 않다. 이 문제는 Anthropic이 2027년까지 구글 TPU를 추가로 확보하기 전까지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Claude 사용을 막을 뻔한 사건
2026년 6월 12일, 백악관은 Anthropic에 Fable 5와 Mythos 5라는 최신 모델에 대한 모든 외국인 접근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바로 그 시점에 SK텔레콤은 엔비디아와 기가와트급 AI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파트너십을 발표한 상태였다. 미국 기술에 대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바로 그 기업이 미국 기술 접근에서 차단된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SK텔레콤의 중국 연관성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의 2024년 중국 매출은 190만 달러에 불과했고, 중국 내 직원은 7명뿐이었다. 2009년에 이미 매각한 차이나유니콤 합작사 지분이 의심의 근거로 사용됐다. 이 정도 기준이면 한국의 거의 모든 대기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수출 통제는 약 6월 30일경 해제됐지만, 이 사건이 남긴 상처는 깊다. 미국 정부의 결정 하나로 핵심 AI 인프라 접근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한국 기업들이 "언제 또 이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한 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업 고객에게는 AI 모델의 성능만큼 공급 안정성과 규제 리스크가 중요하다. 앤트로픽의 기술 경쟁력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지만, 미국의 수출 통제 문제가 반복되면 국내 기업들이 핵심 업무에 적용하기 불안해할 수 있다."
이 지점이 Anthropic의 한국 전략에서 가장 큰 빈틈이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정치적 결정 하나로 공급이 끊길 수 있는 의존 관계는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한국의 대응: 우리 AI를 직접 만들자
이런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산 AI 의존에 대한 반성은 자연스럽게 소버린 AI 논의로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2025년부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15개 팀 중 5개 정예팀이 선정됐다.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LG AI연구원, 업스테이지, NC AI다.
SK텔레콤의 A.X K1은 한국 최초의 5,000억 파라미터급 모델로 2025년 12월 공개됐다. 5,19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MoE 구조로, 추론 시에는 약 330억 개의 매개변수만 활성화해 효율을 높인다. LG AI연구원은 1차 평가에서 가장 높은 벤치마크 점수를 기록했고, 업스테이지는 타우2 벤치마크에서 98%를 달성해 딥시크 V4 프로(96.2%)를 앞질렀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과기정통부 배경훈 장관 스스로 인정했듯이, "정부의 AI 예산 전체가 사실상 미국 빅테크 한 곳의 투자 규모 수준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큐웬 모델의 인코더 가중치를 그대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2차 평가에서 탈락했고, 정부는 "프롬 스크래치 원칙"을 강조하며 독자성 기준을 높이려 하고 있다. 하지만 AI 모델의 복잡한 개발 과정에서 어디까지가 독자 개발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없다.
더 흥미로운 건 네이버의 행보다. 소버린 AI를 강조해 온 네이버가 전체 엔지니어링 조직에 Claude Code를 아시아 최대 규모로 전면 도입했다. 삼성전자도 SDS를 통해 Claude를 도입했고, LG CNS와 한화솔루션도 마찬가지다. "우리 AI를 만들자"는 구호와 "당장 쓸 수 있는 최고의 AI를 쓰자"는 현실 사이의 간극이 여기에 있다.
Anthropic의 대응: 이것은 버그가 아니라 기능이다
자, 그렇다면 Anthropic은 이 빈틈을 어떻게 메우려 할까? 서울 오피스 개소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답변을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 시장 전략은 크게 세 축이다. 첫째, 기업 B2B에 집중한다. 최기영 한국 대표는 구글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스노우플레이크에서 B2B 영업을 해온 인물이다. 대표 선임 자체가 전략 선언인 셈이다. 네이버, 삼성, LG, 넥슨, 한화 등 이미 대기업 고객을 확보했고, 엔터프라이즈 AI 시장 점유율 40%를 주장한다.
둘째, 개발자 생태계를 공략한다. Claude for Startups, Push to Prod 해커톤, Claude Meetups 등이다. 한국 개발자들의 Claude Code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전략이다.
셋째, 정부 및 학계와의 협력이다. 과기정통부와 AI 안전 MOU를 체결했고, NAIRL(KAIST·고려대·연세대·POSTECH 컨소시엄)에 무료 Claude 계정 60개를 제공한다. 정부가 소버린 AI를 추진하는 바로 그 순간에, Anthropic은 학계에 Claude를 무료로 풀고 있다. 이건 단순한 CSR이 아니라, 미래의 AI 인재들이 Claude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장기 투자다.
수출 통제 문제에 대해 크리스 차우리 인터내셔널 총괄은 "수일 내에 해결될 것"이라고만 말했다. 구체적인 약속은 없었다. 이 문제는 Anthropic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진짜 경쟁은 Claude vs ChatGPT가 아니다
한국 AI 시장의 진짜 싸움은 Claude와 ChatGPT의 대결이 아니라, 외산 AI에 계속 의존할 것인가, 아니면 국산 AI로 독립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당분간 "둘 다"일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Claude와 ChatGPT 같은 외산 모델을 쓰면서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국산 파운데이션 모델을 키워 의존도를 낮추는 하이브리드 전략이다. 네이버가 클로드 코드를 전사 도입하면서도 독자 모델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것, 삼성전자가 Claude를 쓰면서도 내부 AI 역량을 축적하는 것이 그 예다.
Anthropic의 한국 시장 공략은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그 성공은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실용적 선택의 결과다. 기술 우위가 유지되는 한 괜찮지만, 수출 통제 같은 외부 충격이나 국산 모델의 급격한 성능 향상이 변곡점이 될 수 있다.
Claude의 진짜 약점은 GPU 부족도, 버그도 아니다. 고객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의존 관계 자체가 가장 큰 약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