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만 482억. 전년 대비 595% 뛰었다. 대웅제약이 병원 AI로 벌어들인 매출이다. 162개 병원, 1만 5천 병상에 플랫폼을 깔았고, 2026년 2월엔 빅5 중 서울대·삼성서울·아산 3곳까지 뚫었다. 세브란스·서울성모는 진행 중이다. 제약사가 병원 AI 플랫폼으로 '돈 된다'는 걸 숫자로 증명한 첫 사례. 이제 판이 바뀌고 있다. '도입'에서 '표준·수가·플랫폼'으로.
대웅제약이 증명한 것 — 병원 AI는 플랫폼이다
씽크(thynC) 하나로 시작했다. 심전도·산소포화도·혈압을 실시간 수집해 AI가 이상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입원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건 비즈니스 구조다. 5년 계약에 수가 기반 — 병상이 늘면 매출이 따라붙는다. 2025년 428억에서 올해는 700억을 바라보고, 10만 병상에 연매출 3000억을 공식 목표로 내걸었다.
올 뉴 씽크(All New thynC)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기존 씽크에 연속혈당측정기(CGM), 스카이랩스의 연속혈압 측정 '카트온', 퍼즐에이아이의 음성인식 의무기록 'CL Note'를 하나로 묶었다. 의사가 말하면 퍼즐Gen이 실시간으로 구조화해 EMR에 반영하고, 간호사는 퍼즐ENR 모바일로 기록하며, 환자 요청은 스마트콜벨이 음성으로 전달한다. 이미 국내 200여 병원에 공급된 퍼즐에이아이의 레퍼런스가 대웅의 1만 5천 병상 영업망과 만나면서 '기술+영업'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스마트병실 39병상 시범운영은 이 통합의 축소판이다. 심전도·혈압·산소포화도를 웨어러블로 24시간 커버해 간호사의 야간 측정 부담을 줄이고 환자 수면을 지킨다. 제약사가 병원 네트워크에 AI 플랫폼을 깔고 숫자로 증명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표준이 없으면 병원마다 따로 깐다
병원 AI의 가장 큰 장벽은 '호환성'이다. A병원에서 만든 AI가 B병원에선 작동하지 않는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주도하는 AICON 컨소시엄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21개 기관이 참여한 AX-Ready 시범사업. 과기정통부와 NIPA가 지원하고, 분당서울대·서울대·국립중앙의료원·중앙보훈병원·성남시의료원이 공동 실증에 들어갔다.
핵심은 KR-Core FHIR와 MCP 표준 위에 '다대다 모델'을 올린 것이다. 한 번 개발된 AI 진단·관리·예후 도구가 표준 규격으로 여러 병원에서 동시에 작동한다. 식약처 인허가 10종 AI를 진단부터 예후까지 단계별로 연계하는 패키지 1, 케어네비·케어파일럿·AI 협진 에이전트로 지역 의뢰·회송을 연결하는 패키지 2, 음성 의무기록·낙상감지·응급실 에이전트 9종으로 스마트병동을 구현하는 패키지 3까지. 여기에 6단계 온보딩 매뉴얼, 성숙도 진단 프레임워크, 보안·윤리 거버넌스를 표준 자산으로 공개한다. 분당서울대는 HIMSS EMRAM 7단계를 4회, AMAM 7단계를 아시아·태평양 최초로 달성한 병원이다.
제이엘케이는 다른 각도에서 같은 길을 간다. 전국 22개 병원, 41명 전문의, 2500명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뇌졸중 AI 다기관 임상실증에 착수했다. CT 관류, MRI 관류, 확산강조 영상을 동시에 분석해 혈전제거술 결정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통합 제공한다. FDA와 PMDA 인허가를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이번 임상으로 신의료기술평가와 보험수가 진입을 동시에 노린다. 기술 검증을 넘어 '임상근거→수가→확산'이라는 루프를 표준 위에서 돌리는 중이다.
소버린 AI가 넘어야 할 세 개의 문턱
서울대병원과 네이버가 공개한 KMed.ai는 2025년 의사국가시험에서 96.4점을 받았다. EMR 문서보조, 진단보조 에이전트를 현장에서 시연했고,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한국 의료 소버린 AI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허가 전 단계고 임상검증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뷰노의 딥카스는 FDA 510(k)에서 NSE 판정을 받아 2027년 NTAP 데드라인을 놓쳤다. 하반기 재신청을 추진 중이다.
기술 성능은 입증됐는데 '돈 되는 길'이 막힌 셈이다. 다행히 정부와 글로벌 시장이 동시에 움직인다. AI 기본의료 전략은 공공의료 AI 고속도로에 72개 기관을 연결한다. 올 하반기 9개 기관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전국을 잇고, 2027년부터 보건소 AI 패키지를 도입하며 의료 AI 보상체계를 검토한다. 식약처는 DTx 고시를 개정해 임상시험 면제 기준을 최초로 법제화했고, 생성형 AI 특례를 확대했으며, 실사용 특례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글로벌은 더 빠르다. 영국 NHS는 3년간 100억 파운드(약 18조 원)를 AI 트리아지와 앰비언트 음성기록에 투자한다. 미국 CMS는 SaMS라는 새 카테고리를 신설해 AI 알고리즘에 메디케어 수가를 부여하는 경로를 최초로 공식화했다. 2027년 발효가 목표다. 글로벌 디지털헬스 VC는 상반기에만 74억 달러를 투자했다.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다. 이제 AI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 전제다.
기술이 아니라 '운영'이 답이다
PoC로 끝내지 않고 처방·재처방·매출까지 연결한 사례가 쌓이고 있다. 한독은 디지털치료기기 슬립큐로 불면증 처방 후 재처방이 이어지고 있고, 전담 조직과 환자 상담 체계를 별도로 운영한다. 한국파마는 ADHD 디지털치료제 스타러커스의 첫 처방을 시작했다. 대웅은 여기에 더해 병원 데이터와 일상 데이터를 연결하는 전주기 구조를 설계 중이다.
데일리팜이 정리한 성공 조건은 명쾌하다. 첫째, 경영진 의지와 전사 전략. 둘째, '누가 돈을 내는가'가 명확할 것. 셋째, 의료진 업무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존 진료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 넷째, SI 기반 전략투자로 책임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것. 1만 5천 병상 482억에서 10만 병상 3000억으로 가는 길은 기술 혁신이 아니라 운영 혁신이다. 당신 병원의 첫 AI 플랫폼은 어디에 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