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분기 실적 시즌이 끝났다. 삼성SDS, LG CNS, 현대오토에버, CJ올리브네트웍스, 포스코DX — 국내 대표 IT서비스 기업들의 성적표가 하나둘 공개됐다. 머니투데이, ZDNet Korea, 연합뉴스의 7월 말~8월 초 보도를 종합하면 공통점은 분명하다. 클라우드와 AI가 실적을 떠받치고 있다. 전통적인 SI(시스템통합)에서 클라우드 MSP·CSP, GPUaaS, AI 인프라로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 중이다. 이젠 'SI 회사'가 아니라 '클라우드·AI 회사'로 불러야 할 시점이다.

삼성SDS — 클라우드가 4년 만에 3배로

삼성SDS의 2분기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7,794억 원. 전년 동기 대비 17% 성장했다. 2022년 2분기 2,727억 원이던 클라우드 매출이 4년 만에 3배 가까이 뛰었다(비즈워치 8월 3일). CSP(클라우드 공급) 부문이 24% 성장하며 실적을 이끌었고, MSP(관리형 서비스) 부문도 17% 늘었다.

주목할 점은 클라우드 성장의 동력이 그룹사 내부를 넘어 대외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SCP) 수요 증가에 더해, 공공·금융·조선 업종의 GPUaaS와 ERP 구축 사업이 가세했다. 금융권 AX 사업과 조선 업종 차세대 ERP 구축이 MSP 부문 성장을 견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연합뉴스 7월 30일). 전체 매출 3조 7,178억 원, 영업이익 2,318억 원. AI 인프라는 현재 110MW에서 2029년 230MW, 2031년 800MW 이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LG CNS — 매출의 60%가 이미 AI·클라우드

LG CNS는 더 과감하다. 2분기 AI·클라우드 부문 매출이 9,069억 원으로 전체 매출(1조 5,208억 원)의 59.5%를 차지했다(비즈워치 8월 3일). 2023년 52%, 2024년 56%에서 매년 비중이 늘더니, 이제 60%에 육박한다. SI 회사가 아니라 사실상 클라우드·AI 회사인 셈이다.

LG CNS의 전략은 '풀스택 AI'다. AI 연산 자원을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xPU웍스', 기업용 에이전틱 AI 플랫폼 '에이전트웍스'를 중심으로 인프라부터 애플리케이션까지 아우른다. KB국민은행 차세대 시스템, 한국은행 IT 아웃소싱 같은 굵직한 금융 프로젝트도 클라우드·AI 부문의 성장을 뒷받침한다(ZDNet Korea 7월 31일). AI·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 속도는 삼성SDS보다 느리지만, 매출 구성 자체가 이미 'AI 네이티브'에 가깝다.

현대오토에버·CJ올리브네트웍스 — 추격자의 반란

현대오토에버는 2분기 SI 부문 매출이 5,1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급증했다(머니투데이 8월 3일).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IT 투자 확대와 차세대 ERP 전환 구축이 동시에 터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 11.3% 증가했다. SI 매출 비중은 2023년 32%에서 2025년 39%까지 올랐고, 올해도 상승세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성장은 더 극적이다. 2분기 매출 2,5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8% 증가. 특히 스마트 스페이스 AX 부문은 467억 원으로 144.5% 폭증했다. AI팩토리, 물류센터, AI데이터센터, VFX 스튜디오 등 공간·인프라 기반 사업이 한꺼번에 터진 결과다. 엔터프라이즈 AX(그룹사 차세대 ERP 구축)도 1,054억 원으로 16.7% 성장하며 외형 성장을 뒷받침했다(ZDNet Korea 8월 7일). "그룹사 차세대 ERP 구축과 AI팩토리 등 핵심 사업이 2분기 실적으로 이어졌다"는 CJ올리브네트웍스 측 설명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POSCO DX — 그룹 의존도라는 지뢰

POSCO DX의 2분기 실적은 반대 방향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8%, 42.3% 감소했다(머니투데이 8월 3일). 그룹사 투자 조정이라는 외부 변수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POSCO DX도 'AI 네이티브 컴퍼니'를 선언하고 피지컬 AI와 에이전틱 AI로 방향을 틀고 있지만, 아직 대외 고객 매출 비중이 3%에 불과하다.

이 대목이 이번 실적 시즌의 핵심 교훈이다. 삼성SDS, LG CNS, 현대오토에버, CJ올리브네트웍스 모두 그룹사 의존도가 높은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클라우드·AI 부문은 대외 고객을 끌어들이는 열쇠가 되고 있다. 삼성SDS의 GPUaaS가 공공·금융으로 확장되고, LG CNS의 xPU웍스가 외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POSCO DX는 아직 그 열쇠를 찾지 못했다.

글로벌과 같은 방향, 다른 속도

글로벌 시장도 같은 흐름이다. 구글 클라우드는 2분기 매출 248억 달러(약 33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82% 성장했고, 영업이익률은 35.6%까지 올랐다(Alphabet Q2 2026 Earnings Call, 8월 3일). ServiceNow는 AI 연간 계약 가치(ACV)가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26년 연간 AI 매출 가이던스를 15억 달러로 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용 AI·클라우드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는 신호다.

국내 IT서비스 기업들의 클라우드·AI 성장률(삼성SDS +17%, LG CNS +5.1%, CJ올리브네트웍스 AX +144.5%)은 글로벌 기업들의 폭발적 성장(구글 클라우드 +82%)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방향은 같다. 그리고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이제 진짜 질문은 '누가 대외 고객을 먼저 잡느냐'다

국내 IT서비스 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누가 ERP 구축 잘하나'가 아니라, '누가 GPU 인프라를 더 많이 확보했고, 누가 AI 에이전트 플랫폼을 더 빨리 상용화했고, 누가 대외 고객을 더 많이 확보했는가'로 경쟁의 축이 이동했다.

삼성SDS는 800MW 인프라 확장이라는 물량으로 승부를 건다. LG CNS는 AI 풀스택 전략으로 차별화를 노린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AI팩토리와 스마트 스페이스 AX라는 틈새에서 폭발적 성장을 증명했다. 현대오토에버는 그룹사의 글로벌 확장이라는 파도를 타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B2B 구매자 — 기업의 IT 담당자, CFO, CIO — 가 주목해야 할 지표는 분명하다. 클라우드·AI 매출 비중이 50%를 넘었는가. 대외 고객 비중이 늘고 있는가. GPU 인프라 확보 계획이 구체적인가. 이 세 가지가 앞으로 2~3년간 국내 IT서비스 기업을 평가하는 핵심 잣대가 될 것이다.

숫자는 이미 말하고 있다. 클라우드·AI로 체질을 바꾼 기업은 성장하고, 그러지 못한 기업은 흔들리고 있다. 2026년 하반기, 이 판도는 더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