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석유화학 업계를 보는 시선은 어둡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범용 제품 마진이 바닥을 찍고,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나프타 수급까지 흔들린다. "석유화학은 구조조정 국면이다. AI는 사치다" — 업계에선 벌써부터 위기라는 말이 들린다. 하지만 현장은 다르다. SK이노베이션 울산CLX에서 AI가 열교환기 튜브 3,000본을 95% 정확도로 검사한다. 검사 시간은 10분의 1. 설비는 줄이는데 AI 투자는 키우는 역설이 2026년 석화업계의 진짜 지형도다.

LG화학 15조 R&D, S-OIL 샤힌 9조 — 투자 축이 증설에서 운영으로 꺾였다

LG화학은 2035년까지 R&D에 15조 원을 쏟는다. 이 중 70%인 10조 5,000억 원은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와 항암제로 간다. 범용 석유화학 마진이 중국에 밀리니, 고부가 스페셜티로 돌파하는 전략이다. 포인트데일리와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기존 제품 포트폴리오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S-OIL은 샤힌 프로젝트에 9조 2,580억 원을 투입했다. 공정률 96.9%, 올해 완공을 앞둔 온산단지의 초대형 석유화학 설비다. 서울경제 보도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1조 2,311억 원. 다만 재고평가이익 6,434억 원이 절반 이상이라 '특수형 실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유에서 화학으로 이동한 투자가 의미를 가지려면, 운영 최적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GS칼텍스는 여수공장 상반기 대정비에 2,000억 원을 썼다. GS칼텍스 미디어허브와 매일경제에 따르면, 60일간 9개 공정에 하루 3,000명이 투입된 초대형 작업이다. AI 튜브 클리닝 로봇이 열교환기 배관 청소 사각지대를 없애고, 다중 위험 감지 AI CCTV가 보호구·안전 걸고리·중장비 접근을 동시에 모니터링한다. 설비 줄이는 시기에 오히려 AI를 심는 그림이다.

자재 8만 건 데이터, 예지보전으로 돌발 정지 0원을 노린다

S-OIL 구매팀이 자체 개발한 AI 에이전트는 공급사 도면과 자재 명세서에서 핵심 정보를 추출해 ERP에 자동 등록한다. 산업일보 보도에 따르면 8만 개 자재 데이터의 완결성과 정확도를 끌어올렸고, 연 5,000시간 이상의 처리 시간을 날렸다. 2만 개 공정 자재로 확대 적용을 준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딥아이와 손잡고 세계 최초로 AI 비파괴검사 자동 평가 솔루션을 실전에 올렸다. IT조선 보도에 따르면 열교환기 결함을 95% 이상 정확도로 찾아내고, 검사 시간은 90% 단축했다. 울산CLX 실증을 거쳐 정유·석화 단지 전체로 확산 중이다. 설비자산 관리 시스템 OCEAN-H는 울산에서만 5개 고객사, 35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여수 고무공장과 울산 사업장에 AI CCTV와 IoT 센서 기반 예지보전 모델을 깔았다. 포인트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고위험 구역 모니터링부터 설비 이상 징후 사전 예측까지 아우른다. 대형 화학플랜트에서 돌발 셧다운 한 번이면 시간당 수억 원이 날아간다. 인더스트리투데이 분석대로 예방보전에서 상태기반 유지보수, 예지보전으로 패러다임이 넘어간 배경이다. AI 가상센서·영상분석·회전기계 진동 데이터가 공정 수율과 안전,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건드리는 구조다.

정부 260억·GS칼텍스 얼라이언스, 중소 협력사까지 닿아야 산다

정부는 롯데케미칼·현대케미칼의 대산 1호 프로젝트 승인 이후 고부가 기술개발 2건에 260억 원을 신속 지원했다. 월간 플랜트기술 보도에 따르면, 중장기 R&D는 AI 기반 소재 설계, 공정 혁신, 바이오 원료 전환까지 포함한다. 110만 톤 NCC 가동을 중단하는 대규모 사업재편 속에서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방어적 투자 무기가 된 셈이다.

GS칼텍스는 7월 산업부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의 정유·석유화학 앵커기업으로 선정됐다. 뉴스퀘스트와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사내 AI 플랫폼 AIU는 월 사용자 2,713명, 누적 에이전트 1,079개를 기록했다. DX 사례 100건 이상, 올해만 데이터 분석 모델 20건을 수행 중이다. 여수산단에서도 석화 전후방 기업 대상 에너지 효율·공정 안정화·신제품 개발·인력 운영 효율화 AX 사업이 진행 중이다.

LG화학은 임직원 AI 활용 교육 인원이 3,000명을 돌파했다. 제조 현장형 AI — 공정 이상 감지·이미지 불량 분류·품질 예측 — 를 전사로 확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기초·첨단소재 부문에 AI 전담 조직을 두고 촉매·제품 개발·품질 개선·설비 유지보수·소재 시뮬레이션을 동시에 돌린다.

하지만 허들은 중소 협력사다. 포인트데일리와 인더스트리투데이가 지적하듯, 투자 여력도 부족하고 영업기밀을 우려해 데이터 공유에 소극적이다. OT·IT 융합 인력도 모자란다. ROI 검증 없이 도입을 설득할 수 없는 현장에서 '다운타임 몇 시간 줄었나', '몇 년 안에 회수하나'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AX는 대기업만의 잔치로 끝난다.

늦지 않았다. S-OIL도, GS칼텍스도 데이터 한 줄에서 시작했다

석유화학은 장치산업이다. 공장이 멈추면 분당 수백만 원이 증발한다. 2026년 상반기, 업계는 중국발 공급과잉과 호르무즈 리스크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AI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LG화학 15조 R&D, SK이노베이션 95% 비파괴검사 정확도, S-OIL 자재 데이터 8만 건. 숫자는 방향을 말해준다.

AI 고도화는 내일 당장 ROI를 뽑는 계산기가 아니다. 장기 데이터 축적과 OT·IT 융합 인력, 중소 협력사까지 닿는 생태계가 받쳐줘야 한다. S-OIL의 S-imoms 통합 플랫폼도, GS칼텍스 AIU 1,079개 에이전트도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첫 AI 센서를 어디에 붙일 것인가. 그 질문에서 시작하면 된다. 데이터가 말하게 하라. 숫자가 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