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은 장치산업이다. 공장이 멈추면 분당 수백만 원이 증발한다. 가동률 1%포인트 차이는 연간 수백억을 가른다. 그래서 이 산업의 AI 도입은 '있으면 좋은 기술'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2025년 현재, S-OIL·LG화학·AspenTech 현장에서 AI가 구체적으로 얼마를 벌고, 얼마를 아꼈는지 숫자로 정리했다.

S-OIL: 255억 투자, 연 200억 효과 — 통합 플랫폼의 힘

S-OIL은 3년간 255억 원을 투입했다. 외부 전문업체 13곳에서 120명, 내부 인력 100여 명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목표는 하나였다. 생산·설비·정비·검사·안전 등 30여 개로 흩어져 있던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 결과는 연간 2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다.

통합 플랫폼 S-imoms의 핵심은 예지보전이다. 회전기기와 장치의 운전 상태를 AI가 실시간 진단하고, 고장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최적의 유지보수 시점을 제시한다. 종이 작업허가서와 교대일지, 현장 점검시트를 전면 디지털화해 업무 효율뿐 아니라 잠재적 사고 리스크도 줄였다.

LG CNS와 협력한 플레어스택 AI 최적화 시스템은 더 직관적이다. 기존에는 직원이 매시간 직접 플레어스택에 올라 연기 색상과 불꽃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지금은 AI 영상분석과 CCTV가 24시간 모니터링하며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증기밸브를 자동으로 최적 제어한다. 인력 부담은 줄고, 불완전 연소로 인한 매연·불꽃 발생은 원천 차단된다.

안전 영역에서도 구체적 성과가 나온다. PSORMS는 DNV Synergi Life 플랫폼 기반의 공정안전·운전위험 관리 솔루션이다. 작업 위험성 평가에 생성형 AI를 적용해 2,800여 건의 표준 데이터와 과거 사고사례를 학습시켰다. 2024년 5월 1단계 가동 후 정밀 위험성 평가가 가능해졌고, 2026년 1분기에는 변경관리·사고관리·비상대응 등 8개 모듈로 확대된다. 이동형 CCTV와 드론은 고소·밀폐공간 등 접근이 어려운 구역의 안전 점검을 담당한다.

LG화학: CDS로 현장 주도 혁신, AI 스케줄링으로 100억 효과

LG화학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CDS(Citizen Data Scientist) 플랫폼을 통해 전 임직원이 직접 AI 분석을 할 수 있게 했다. 파일럿 단계에서 40여 명이 3개월간 운영해 20여 개의 개선 과제를 발굴했다.

성과는 구체적이다. RO멤브레인 공정에서는 최상위 등급 염제거율 제품의 생산 비율이 4배 이상 증가했다. 배터리 분리막 품질 개선점은 이틀 만에 찾아냈다. 품질 예측, 공정 이상 감지, 이미지 기반 불량 분류 등 현장형 분석 템플릿을 구축해 제조·품질·영업 직무 구분 없이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임직원 AI 활용 교육 이수자는 2025년 4월 기준 3,000명을 돌파했다.

디지털 트윈은 축열식소각로(RTO) 등 주요 설비의 이상을 사전에 예측한다. 온도·압력·유량 등 공정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품질을 예측하고 공정 안정성을 높인다. 고흡수성수지(SAP)의 물성 예측은 적정 함수율을 제어해 고객사의 가공 효율까지 개선한다. 함수율이 낮으면 미분이 발생하고, 높으면 흡수 성능이 저하되는 미세한 영역을 AI가 잡아낸다.

플레어스택 AI 이상감지 시스템도 여수공장에서 먼저 적용됐다. 딥러닝 기반 영상분석이 불꽃과 그을음을 스스로 인식하고, 산소 투입량을 자동 조정해 완전연소를 유도한다. 1개 공장에서 시작해 2024년 상반기 내 5개 공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150m 높이 설비의 드론 검사, 고압 설비 세정·가압 작업의 완전 자동화도 함께 추진 중이다.

가장 압권은 원재료 공급 스케줄링 AI다. LG AI연구원의 엑사원(Exaone)을 기반으로 석유화학 원재료 공급 일정을 자동화했다. 현장 적용률은 100%, 한계이익은 4% 상승했다. 약 100억 원 이상의 이익 효과다. 임우형 LG AI연구원장이 KIW 2025 기조연설에서 직접 공개한 수치다.

AspenTech Mtell: LNG 압축기 고장, 61일 전에 예측하다

글로벌 표준은 AspenTech의 Mtell이 이끌고 있다. 이 솔루션의 차별점은 순수 데이터 기반 머신러닝이 아니라 40년 공정 모델링 노하우와 ML을 결합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공정 조건과 도메인 지식을 함께 활용하기 때문에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실제 사례는 숫자가 말해준다. LNG 시설 압축기의 치명적 고장을 최대 61일 전에 예측해, 발생 건당 4,000만 달러(약 560억 원)의 손실을 방지했다. 미국 정유공장에서는 약 1개월 전(27~48일)에 자산 고장을 예측해 유지보수 계획과 생산 일정 재조정을 가능하게 했다. LDPE 공정의 하이퍼컴프레서에서는 중앙밸브 팝펫 고장을 27일 전에, HP 패킹 씰 문제를 48일 전에 감지해 반응기 블로우다운과 판매 제품 손실을 막았다.

속도도 Mtell의 강점이다. 파일럿 프로젝트는 단 몇 주 만에 완료된다. 전통적인 자산 성능 모델 분석 대비 압도적으로 빠르다. 전이 학습을 통해 한 자산에서 개발된 고장 시그니처를 동일·유사 자산에 적용할 수 있어 전사 확대가 용이하다. 초기 도입 9개 기업은 최소 2.5주 만에 실질적 성과를 달성했다.

국내 업계 전반: 안전부터 수율까지

HD현대오일뱅크는 팔란티어의 LLM을 활용해 공정안전관리(PSM) 맞춤형 학습 플랫폼을 구축했다. 직책·부서·담당 업무별로 맞춤형 질문을 제공하고, 사용자의 답안을 AI가 실시간 평가하며 모범 답안을 제시한다. 시공간 제약 없이 학습과 모의 면담 평가가 가능해졌고, 고용노동부 공정안전관리 이행상태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P등급을 획득했다.

국내 주요 4사의 AI 도입 현황은 각기 다른 전략을 보여준다. LG화학은 CDS 플랫폼으로 전사 확산을 노리고, 롯데케미칼은 여수산단 중심으로 AX 사업을 추진한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케미칼 양축에 AI를 적용하고, 금호석유화학은 안전관리와 예지보전에 집중한다. 2025년 기준 포인트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업계는 AI 도입 효과를 수율 개선·에너지 사용량 절감·돌발정지 감소·안전사고 예방 등 구체적 숫자로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진단한다.

장치산업에서 AI가 직결하는 손익 지표는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가동률 향상 — 돌발 정지를 줄이면 연간 수천억 원의 기회비용이 절감된다. 둘째, 수율 개선 — 공정 최적화로 고부가 제품 비중을 늘리면 마진이 직접 개선된다. 셋째, 에너지 사용량 절감 — 압축로·소각로·열교환기의 최적 운전이 유틸리티 비용을 낮춘다. 넷째, 정비 시점 최적화 — 상태기반정비(CBM)로 불필요한 예방정비를 줄이면서 치명적 고장은 사전에 차단한다. 다섯째, 안전사고 예방 — 인명·환경·평판 리스크를 원천 차단한다. P등급 획득 같은 객관적 지표가 그 증거다.

공정 하나에서 시작되는 경쟁력

업계에서는 AI 도입을 두고 "구조조정 이후 남길 설비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어적 투자"라고 말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S-OIL이 255억을 투자해 연 200억을 뽑아내고, LG화학이 AI 스케줄링 하나로 100억 원의 이익을 추가한 현실을 보면 방어를 넘어선 공격적 투자이기도 하다.

AspenTech Mtell이 2.5주 만에 성과를 낸 것처럼, 예지보전 PoC는 생각보다 빠르게 검증할 수 있다. 우리 공장의 돌발 정지는 연간 몇 건인가. 한 건당 손실액은 얼마인가. 그 답이 4,000만 달러라면, 61일 전에 경고해주는 시스템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CDS 방식의 현장 데이터 과학자 양성으로 현장 주도 개선 과제 발굴 체계를 만드는 것도 병행해야 할 전략이다.

공장 바닥을 아는 기업이 AI를 만났을 때, 경쟁력은 공정 하나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