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5일, LG CNS는 에이전틱 AI를 탑재한 ERP 테스트 자동화 솔루션 '퍼펙트윈 ERP 에디션'을 공개했다. SAP ERP 환경에서 기업들이 새 버전 S/4HANA로 전환할 때 수일이 걸리던 테스트 작업을 AI가 수 시간 내 처리한다는 발표다. 같은 날 서울에서는 영림원소프트랩이 'AI 시대, 사라지는 것과 남는 것'을 주제로 연례 컨퍼런스를 열었다. 한국 ERP 업계에 에이전틱 AI 바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불고 있다.
"수일 걸리던 ERP 검증, AI가 수 시간에 해낸다"
LG CNS의 퍼펙트윈 ERP 에디션은 재무, 생산, 구매, 물류, 인사 등 여러 부서의 실제 운영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테스트 시나리오를 스스로 설계한다. 기존에는 각 부서 담당자가 수작업으로 테스트 항목을 정의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데 수일이 소요됐다. 새 솔루션은 AI가 업무 흐름을 이해하고 적합한 검증 시나리오를 자동 생성해 수 시간 안에 끝낸다.
테스트 실행 중 오류가 발생하면 AI가 원인을 자동 분석하고, 필요한 조치 사항과 해결 방안까지 제안한다. 결과 보고서 작성도 자동화해 운영자의 업무 부담을 크게 줄였다. 내한신 LG CNS 엔터프라이즈솔루션사업부장 전무는 "에이전틱 AI를 접목한 퍼펙트윈 ERP 에디션을 통해 글로벌 SAP 클라우드 ERP 전환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며 "기업들이 AI 기반 업무 혁신 환경을 보다 빠르게 구축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AX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무대에서 증명한 기술력
LG CNS는 최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SAP 연례 행사 'SAP 사파이어 2026'에서 이 솔루션을 선보였다. 2024년부터 3년 연속 참가한 유일한 한국 기업이다. 일본 시장에서도 히타치그룹 계열 IT 기업인 히타치 솔루션 크리에이트(HSC)와 리셀러 파트너십을 체결해 현지 사업 기반을 확대했다. 연내에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업하는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체계를 구축해 시나리오 작성부터 테스트 실행, 결과 분석, 오류 수정, 재검증까지 전 과정을 자동 수행하는 완전 자율형 플랫폼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AI가 기능을 삼켜도 프로세스는 남는다
같은 주, 영림원소프트랩의 '엔터프라이즈 비즈니스 솔루션 컨퍼런스(EBSC) 2026'에서는 다른 각도의 통찰이 나왔다. 권영범 대표는 "신기술 도입의 전제는 조직 존재 목적의 명확화"라며 "회사 고유 프로세스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와 현장 경험을 고급 콘텐츠로 축적하는 구조가 곧 기업의 경쟁 우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웅기 전무는 더 직설적이었다. "AI가 전표 입력, 단순 코딩 같은 기능은 빠르게 삼키고 있다. 하지만 제품 출시를 위한 시장조사→자금준비→원자재구매→인력배치→마케팅→수금→세무보고→원가산출이 실시간 연동되는 복잡한 프로세스는 ERP의 영역으로 남는다." 영림원은 ERP·SCM·CRM·그룹웨어·전자계약을 아우르는 커넥티드 에코시스템이 AI 시대의 진짜 경쟁력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 B2B 현장이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첫째, 데이터 거버넌스가 선결 조건이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 1등급 분류 체계부터 CEO·임원·실무자 단위까지 데이터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면 낭비 자원 정리와 오류 없는 판단이 동시에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AI 도입 전에 데이터의 소유·활용 범위를 합의하는 소통 구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둘째, ERP 테스트 자동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LG CNS의 사례는 단순한 R&D 발표가 아니라 SAP 사파이어에서 글로벌 고객 앞에 선보인 상용 제품이다. ERP 전환 프로젝트에서 테스트는 전체 일정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공정이다. 이 부분이 수일→수시간으로 단축된다는 건 프로젝트 전체 기간과 비용에 직결되는 변화다.
셋째, 에이전틱 AI는 ERP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용 방식'을 바꾼다. 호웅기 전무가 언급한 대로, 앞으로는 사람이 여러 ERP 화면을 오가며 처리하는 방식에서 AI 에이전트가 여러 시스템을 오케스트레이션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라이선스도 사용자 단위에서 트랜잭션 건수 단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ERP 담당자에게는 새로운 기술 스택과 운영 방식에 대한 학습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시점이다.
현장의 ERP 담당자에게
LG CNS의 발표와 영림원 컨퍼런스는 서로 다른 회사의 이야기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AI가 ERP의 기능 일부를 대체하는 시대에도 복잡한 기업 프로세스와 데이터 거버넌스는 여전히 사람의 영역으로 남으며, 오히려 그 가치가 더 커진다는 점이다. ERP 테스트 자동화는 그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는 영역이다. 당신의 조직은 이 흐름을 타고 있는가, 아니면 지켜보고만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