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보라매 — 하늘을 향한 30년의 꿈 (#1)
2022년 7월 19일 오후 3시. 사천 비행장.
관제탑도, 정비사도, 취재진도 숨을 죽였다. 저 멀리 활주로 끝에서 보라매 한 마리가 날개를 펴고 있었다. 아니, 전투기였다. 우리 손으로 처음 만든 전투기다.
"비행 승인."
조종사의 짧은 교신. 그 한마디에 F414 쌍발 엔진이 포효했다. 2만 파운드 넘는 추력이 활주로를 때렸다. 33분 뒤 이 전투기는 시속 2,200km, 소리의 1.8배 속도로 하늘을 갈랐다.
현장에 있던 KAI 기술자들 눈시울이 붉어졌다. 30년이 걸렸다. 30년.
시작은 2001년이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 공군은 "노후화된 F-4 팬텀과 F-5를 바꿀 차세대 전투기가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예산도 없고 기술도 없었다. 미국은 핵심 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AESA 레이더는 못 준다. 전자전 장비도 안 된다."
10년 넘게 표류했다. "우리가 전투기를 어떻게 만들어." 회의적인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2010년대 초반까지도 "KF-X 사업은 결국 백지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도 밀어붙인 사람들이 있었다. ADD 연구원들과 KAI 기술자들. 2015년부터 본격 설계에 들어갔다. AESA 레이더가 없으면? 우리가 만든다. 전자전 장비도 마찬가지. 결국 국산 부품 비율 65%를 넘겼다. 기술 이전 거부가 독자개발의 기폭제가 됐다.
2021년 4월, 시제 1호기가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1년 3개월 뒤인 2022년 7월 19일. 마침내 보라매는 날았다. 세계에서 8번째로 초음속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나라가 됐다. 기술자들은 그날 밤 사천 바닷가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다고 한다. 3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을까.
2024년 7월, 양산이 시작됐다. 2026년 3월, 양산 1호기가 출고됐다. 올해 9월이면 공군에 실전 배치된다.
다음 이야기
AESA 레이더 편 — 미국은 왜 기술을 막았을까.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뚫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