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크레인 와이어로프를 AI가 실시간 감시한다. 광양항에선 무인 이송로봇 44대가 컨테이너를 나르고, 진해신항은 2조 5천억 원 규모의 피지컬 AI 항만을 짓고 있다. 택배 물류센터에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가 박스를 접고, 트레일러는 운전자 없이 부산항 수출 노선을 달린다. "물류 현장에서 사람 구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말이 업계 상식이 된 2026년, 피지컬 AI가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AI가 물류 노동자를 대체할 거라는 불안 섞인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실제 현장은 정반대다. 사람이 없어서 못 돌리는 상황을 로봇과 AI가 메우고 있다. 3대 항만이 동시에 피지컬 AI로 달려가는 이유도, 물류센터마다 휴머노이드가 들어오는 이유도 같다. 사람이 부족해서다.

국가가 2조 원을 걸었다 — 부산·광양·진해 3대 항만 동시다발 피지컬 AI 전환

해양수산부가 그리는 '피지컬 AI 항만'은 한 항만의 실험이 아니다. 부산·광양·진해 3대 거점을 동시에 돌리는 국가 전략이다.

부산항만공사(BPA)는 2030년까지 8921억 원을 투입한다. 이 중 AI 전환 예산만 4351억 원. 목표는 생산성 30% 향상이다. 크레인 와이어로프 AI 예측진단은 국내 스타트업 엔키아가 27억 원(정부 19억)에 수주해 5개 부두에서 실증 중이다. 와이어로프가 끊어지기 전에 교체한다는 개념이다. 현대차와는 자율주행·로보틱스·에너지 분야 협력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광양항은 2029년까지 7724억 원으로 완전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을 짓는다. 4선석, 연간 136만 TEU 처리 규모. AGV 44대가 에이전틱 AI의 야드 최적화 알고리즘 위를 달린다. 이 실적은 이미 수출로 이어졌다. HD현대삼호가 미국 타코마항에 크레인 4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진해신항은 더 큰 그림이다. 2032년 1단계 완료를 목표로 피지컬 AI 항만 선도 모델을 구축한다. 해수부 추산 관련 기술 시장만 2조 5000억 원. 2035년까지 항만 전체 생산성 30% 향상이 목표다.

인천항만공사(IPA)는 8년간 247억 원 규모로 공간지능 엔진을 도입했다. 로봇카가 포트홀을 30분 내에 자율 복구하는 수준까지 왔다. 해양진흥공사-LG CNS 합동 실증에선 위험물 예약 80% 단축, 터미널 통계 연 136시간 절감, 컨테이너 견적 연 22만 건 AI 검증, 보안 규정 85% 단축이라는 구체적 숫자가 나왔다.

분류 65% 단축, 인력 40% 절감 — 택배·이커머스 물류센터가 증명한 ROI

물류센터는 숫자가 더 직설적이다.

쿠팡은 수천 대 AGV와 소팅봇으로 분류 시간을 65% 단축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RB-Y1(140cm, 131kg, 팔당 3kg, 24축)이 풀필먼트센터에서 첫 실전 테스트에 들어갔다. 쿠팡이 지금까지 AI·로봇에 쏟아부은 돈은 8400만 달러, 우리 돈 1272억 원이다.

CJ대한통운은 군포센터에서 로보티즈 휴머노이드 실증을 마쳤다. 올해 안에 올리브영 양지센터에 2대를 투입해 충진재 투입과 박스 덮기 작업을 맡긴다. 더 주목할 건 리얼월드와 공동 개발 중인 물류용 파운데이션 모델 RFM이다. '판단하는 로봇'을 목표로 한다. 이천센터는 로봇 소터·AMR·GTP·자체 개발 WCS로 작업 인력을 40% 줄였다. 주 7일 배송으로 일요일 식품 물량이 70% 늘었지만, 자동화가 비용을 상쇄해 오히려 영업이익을 키웠다. 2026년 1분기 매출 3조 2천억 원, 영업이익 921억 원이 그 증거다.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이천센터에서 인력 40% 절감을 달성했다. 이족보행 휴머노이드인 로브로스 이그리스-C 실증(국책과제)을 진행 중이며 진천센터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진은 5년간 5100억 원 자동화 투자를 집행 중이다. 대전 메가허브와 미국 LA 2호센터에 로커스 로봇 자동 피킹 시스템을 도입했다.

롯데마트는 오카도와 손잡고 부산에 제타 스마트센터를 세웠다. 총 투자비 1조 원, 로봇 1000대 규모다. 격자형 하이브 위를 피킹 봇이 초속 4미터로 질주하고, OGRP 로봇팔이 주문의 40%를 자동 처리한다. 영하 25도 오토 프리저는 완전 무인이다. 일 3만 3000건 처리, 연매출 9600억 원을 찍고 있다. 2030년까지 전국에 6개 고객 풀필먼트 센터를 깔 계획이다. 온라인 식료품 시장은 2019년 17조 2천억 원에서 2024년 52조 3천억 원으로 3배 성장했다. 물류 자동화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숫자다.

트레일러가 스스로 달리고 선적 계획이 반 토막 났다 — 공급망 전반으로 번지는 자율주행·AI

항만과 물류센터가 바뀌면 공급망 전체가 따라 움직인다.

마스오토는 올 3분기부터 부산항 수출 노선에 레벨4 자율주행 트레일러 유상운송을 시작한다. 마스넷3 E2E AI는 라이다 없이 카메라만으로 레벨4를 구현했다. 전체 운행 구간의 80%를 스스로 달린다. 구독형 레벨2 서비스로 확보한 운행 데이터가 레벨4로 가는 데이터 플라이휠을 돌리고 있다. 현대차 엑시언트 트럭이 이 플랫폼 위에서 달린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운반선 AI 적재계획을 도입해 평균 27시간 걸리던 선적 계획을 절반으로 줄였다. 목표는 90% 단축이다. LG CNS와 LX판토스는 덱스메이트 휠타입 휴머노이드(1.5m/s, 적재 1500kg)와 셔틀 로봇을 연계한 전공정 자동화 검증을 완료했다.

현대위아는 로봇 사업에 4000억 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로봇 매출 2500억 원의 1.6배 규모다. MPR·무인지게차·주차로봇을 개발하고 울산·광주·HMGICS·HMGMA 공장에 물류로봇 94대를 이미 투입했다. 2028년 매출 4000억 원에 외부 고객 비중 50%가 목표다. 창원공장은 완전 자동화 AX 팩토리로 전환 중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 AI 자율공장을 선언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35%를 2670억 원에 인수했고, 휴머노이드 RB-Y1을 제조·물류 양대 축의 핵심 하드웨어로 삼았다. CJ대한통운과 쿠팡에 납품 협의가 진행 중이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은 2032년 660억 달러, 2024년 32억 8천만 달러 대비 20배 성장이 전망된다.

슬로건이 아니다. 현장이 숫자로 답하고 있다

"물류 현장에선 사람이 부족해서 못 한다"는 말이 이제 변명이 안 되는 시대가 왔다. 2조 5천억 원 항만 시장, 물류센터 인력 40% 절감, 분류 65% 단축, 선적 계획 반토막. 트레일러는 운전자 없이 항만을 오가고, 휴머노이드는 박스를 담고, 크레인은 자기 줄을 스스로 진단한다. CJ·롯데·쿠팡·한진·현대글로비스·삼성·현대차·LG CNS가 제각기 다른 각도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피지컬 AI는 연구실의 PPT가 아니다. 영업이익을 올리고, 인력을 재배치하고, 수출 계약을 따내는 현장의 무기다. 시작은 거창할 필요 없다. 창고 한 구석 AMR 한 대, 트레일러 한 대 자율주행 키트로도 충분하다. 데이터를 쌓고, 검증하고, 확장하면 된다. 피지컬 AI의 첫걸음은 작아도 된다. 대신 지금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