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서발전은 더존비즈온 ERP 구축비 55억 원을 돌려달라 소송해 승소했다. 공정률 76.5%에서 83.7%로 3년간 제자리걸음. 기술 아닌 문화가 예산을 삼킨다.
0단계 생략이 부른 예산 폭증
CIO Korea 분석에 따르면 ERP 0단계(범위·거버넌스·KPI 정의)를 건너뛰면 프로젝트 범위가 미정 상태에서 RFP가 나간다. 신세계백화점은 SAP S/4HANA PCE 전환을 EY컨설팅과 10여 개 협력사로 진행했으나 기준정보 불일치로 오픈일이 무기한 연기됐다. 통상 차세대 시스템은 수백억 원 규모인데, 지체상금만 수억 원씩 쌓인다. CHAOS Report 2020 기준: ERP 프로젝트 50%가 challenged(예산·일정·범위 초과), 19%는 실패. 범위 정의 없이 시작한 프로젝트는 변경주문(Change Order)만 평균 다수 발생해 초기 계약금의 40~60%를 추가 지출한다. 0단계 계획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 범위를 확정 짓지 않고 시작하는 순간 예산은 통제 불능이 된다.
문화가 소프트웨어를 이긴다
Simplico 현장 조사: 한국 제조업 현장에서 ERP가 가동돼도 현장은 엑셀로 돈다. 경영진이 강하게 밀어붙이면 표면상 수용하나 실제 업무는 과거 방식대로. 이것이 "ERP는 있는데 엑셀로 일한다" 현상의 본질이다. 위계적 조직에서 변화관리·교육 예산은 전체의 10% 미만으로 책정되다 빠듯해지면 가장 먼저 삭감된다. DBpia 실증연구(158개사): 변화관리 활동 모두 도입성과에 유의미한 정(+) 영향. 단, 최고경영층 관심·지원 제외한 활동은 정보시스템 성숙도와 상호작용해 효과가 갈린다. 즉, CEO가 킥오프만 찍고 빠지면 돈만 쓰고 성과는 없다. 삼성SDS 사례: 삼성전기 ERP 구축 시 C레벨 스폰서가 전 기간 개입, 3개월마다 KPI 검토하며 76% 다운타임 단축 달성(140시간→34시간).
커스터마이징의 덫, 업그레이드 때 2배로 돌아온다
파로스 현장 사례: 더존 iCUBE에서 SAP로 전환하며 "기존 방식 그대로" 구현하려 수천만 원 커스터마이징. 2년 뒤 SAP 업그레이드 때 호환 안 돼 다시 수천만 원 투입. 담당 개발자는 이미 퇴사. SAP Clean Core 전략: 커스터마이징 최소화가 업그레이드 간소화의 핵심. Simplico 현장 사례: 과도한 커스터마이징이 버전 업그레이드 시 호환성 파손, 기술부채로 귀결. 한국 특유의 규제 연동(국세청 e세금계산서, 관세청 수출입, 한국전력 에너지 데이터, 발주처 EDI)은 글로벌 ERP 표준에 없다. SI 파트너가 이를 커스터마이징으로 메우는데, 이 연동 코드가 버전 업그레이드마다 깨진다. 데이터 이관도 마찬가지. 10년 이상 된 더존·국산 ERP 데이터는 중복·불일치·누락 필드가 표준. 정제에 개발과 동등한 예산·기간 필요하나 대부분 10분의 1만 배정. 나쁜 데이터로 가동하면 사용자 신뢰는 첫 주에 무너진다.
소프트웨어 설치가 아니라 프로세스 재설계다
ERP는 소프트웨어 설치가 아니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 데이터 정제, 변화관리가 본체다. 이 70%를 예산·인력·기간에서 빼놓고 "SI가 알아서 하겠지"라 시작한 순간, 55억 원 소송감 프로젝트가 된다. 0단계 계획, CEO 스폰서십, 데이터 정제 선투자, 표준 프로세스 준수 — 이 네 가지가 2배 예산 초과를 막는 유일한 방패다. 당신 회사 ERP 예산에 변화관리 20%가 들어있는가? 없다면 지금부터라도 넣으라. 늦어도 가동 전이라면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