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방산업계는 조용한 기술 전쟁 중이다.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싸우는 건 인공지능이다. K-방산이 K9 자주포와 KF-21 전투기로 세계 시장을 휩쓴 하드웨어 강자였다면, 이제 그 칼날에 AI 두뇌를 심고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도 팔란티어, 실드AI, 안두릴 같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전통적인 록히드마틴·보잉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한국과 미국이 각각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2026년 6월까지 공개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한국: AI로 전장의 '판단 속도'를 10배로

LIG D&A × 팔란티어 — AI가 지휘하는 무인함대

2026년 5월 27일, 부산 한국해양대 앞바다.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접근하는 적 함정이 탐지되자 무인수상정 4척이 동시에 방향을 틀었다. AI가 추천한 전술을 운용자가 화면에서 승인하자, 해검-Ⅲ(전투용), 해검-Ⅴ(함탑재용), 해검-S(소형 다목적) 2척이 목표를 향해 돌진했다. 대함전과 대잠전 시나리오 전체가 AI 지휘통제 아래 완수됐다.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가 공개한 이 시연의 핵심 수치는 하나다: 탐지→결심→교전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대비 10분의 1로 단축. 국내 최초로 서로 다른 종류의 무인체계를 AI 하나로 통합 제어하는 '다기종 무인체계 군집 연결'을 성공시킨 것이다.

더 주목할 점은 개발 속도다. 통상 수년 걸리는 국방 체계를 단 4개월 만에 프로토타입으로 완성했다. 이 배경에는 미국 AI 기업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와의 협력이 있다. LIG D&A는 무인 플랫폼과 전술 AI를, 팔란티어는 전장 데이터 통합·분석을 맡는 구조다.

LIG D&A가 제시한 기술 전략은 '오픈 플랫폼, 클로즈드 코어'다. 글로벌 표준 아키텍처로 다양한 체계와 연동하면서도, 독자적 국방 데이터로 학습한 '소버린 AI'를 폐쇄망에서 운용해 보안을 유지하는 이중 전략이다. 이승영 CTO는 "단순 플랫폼을 넘어 AI를 통해 전장을 실시간 지휘·통제하는 것이 미래 국방의 경쟁력"이라며 "글로벌 패키지 솔루션 수출까지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육군 GOP — 철책 경계병이 사라진다

2026년 4월 29일, 육군이 12·3 비상계엄 이후 처음으로 공개한 중장기 전력 구조의 핵심은 간단하다: 전방 철책에 서 있던 병력을 AI·드론·로봇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이미 제5보병사단 GOP와 제23경비여단에서 시험 운용 중이다. 과거에는 병력이 철책을 따라 상시 배치되어 감시했지만, 지금은 고성능 CCTV, 열상감시장비(TOD), 각종 센서가 확보한 정보를 AI가 실시간 분석하는 '과학화 경계체계'가 중심이다. 다족보행 로봇이 험준한 산악지형과 철책 인근 접근 제한 구역을 순찰하고, 병력은 후방에서 원격 통제한다.

육군의 목표 시점은 2028~2030년. 중대급부터 군단급까지 전 제대에 드론을 배치하고, 드론을 개인화기 수준의 '상시 운용 전투수단'으로 정착시킨다. 'Army TIGER+'라는 이름으로 병사 개인장비, 드론, 전투차량, 지휘소를 하나의 AI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구조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은 "기술적 제약으로 지연됐던 전력화가 이제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펀진 — AI가 "이 무기로 때려라" 판단하는 첫 실전 훈련

2026년 6월 2일, 경기도 포천 승진과학화훈련장. 합동화력훈련 역사상 최초로 AI가 전장 분석과 무기 추천을 담당했다. 국방 버티컬 AI 기업 펀진의 'KWM(Kill-Web Matching)' 체계다.

훈련에 투입된 자산: 정찰드론 11종, 다족형 로봇 3종, 공격드론 8종. KWM-FIRE가 EO/IR, 전파탐지, 다분광 촬영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적 위치와 위협 수준을 평가했다. 이후 AI는 가용한 공격 자산과 무장 상태, 전장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효과적인 무기 체계"를 추천했다. 표적 제거 후에도 추가 위협을 분석해 재타격 필요성을 판단하고 최적의 공격 기동로까지 제안했다.

김득화 펀진 대표는 "AI가 실제 전장 환경에서 표적을 분석하고 최적의 무기를 추천하는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훈련으로 AI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탐지→분석→결심 지원→행동 추천까지 전 과정을 커버할 수 있음이 실증됐다.

KAI × 네이버 — 하늘과 엣지의 AI 전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AI 파일럿 '카일럿'을 탑재한 다목적 무인기 'AAP' 개발에 1,000억 원 이상을 자체 투자하며 2026년부터 본격 실증에 돌입했다. 유인 전투기(KF-21, FA-50)와 무인기가 동시에 작전하는 유·무인 협동 전투(MUM-T)가 목표다. AI 파일럿이 인간 조종사를 보조하며 최적의 비행 경로와 전술을 실시간 제안하는 개념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026년 방산 전시회에서 국방용 경량 AI 모델 '하이퍼클로버X 시드 4B'를 공개했다. 40억 개 파라미터로 기존 80억 개 모델의 절반 크기지만, 프루닝과 지식 증류 기술로 성능은 오히려 향상시켰다. 드론, 무인체계, 전술차량 같은 제한된 컴퓨팅 환경(엣지)에서도 저지연 추론이 가능해져 실전 배치에 최적화됐다. 네이버클라우드는 "2030년까지 국방 전 영역에 AI 에이전트를 확산시키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미국: 1000대의 AI 전투기와 스웜 드론

CCA 프로그램 — 조종사 없이 나는 전투 편대

2026년 6월 17일, 미 공군은 안두릴과 제너럴 아토믹스에 협동 전투 항공기(CCA)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예정보다 4개월 앞당긴 발표다. 1차로 150대를 생산하고, 궁극적으로 약 1,000대의 CCA를 실전 배치하는 것이 목표다. F-35A, 차세대 F-47, F-22A 랩터와 함께 편대를 이루며 단독 정찰·전자전·타격 임무를 수행한다.

핵심은 '미션 자율성 소프트웨어'다. 안두릴, 실드AI,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 3개 사가 6개월 간의 경쟁 개발 단계에 진입했고, 2027년 여름 단일 제공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미 공군 참모총장 켄 윌스바흐 대장은 "CCA는 고강도 분쟁 환경에서 전력 투사와 매스(대량 전력) 확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드AI 하이브마인드 — 카미카제 드론이 떼로 움직인다

미군의 저비용 무인 전투 공격 체계 'LUCAS'(샤헤드-136 클론)에 실드AI의 하이브마인드 자율 비행 소프트웨어가 탑재된다. 하이브마인드는 AI 파일럿 역할을 하며, 드론 떼가 실시간으로 움직임을 조정하고 전장 상황에 적응하며, 적의 전파 교란 상황에서도 임무를 지속할 수 있게 한다. 2026년 가을, 단일 운용자가 LUCAS 드론 떼 전체를 지휘하는 실전 시연이 예정되어 있다.

펜타곤의 AI 예산 폭증 — 팔란티어와 안두릴이 주도

브레넌 정의센터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 국방부의 AI 기업 계약 규모는 2020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팔란티어와 안두릴의 국방 매출 성장률은 다른 어떤 방산 계약업체보다 빠르다. 이들은 이제 단순 납품업체가 아니라 AI 무기 체계의 획득·테스트·감독 정책 결정에도 직접 참여하는 정책 주체로 부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AI 무기의 시험장이 됐다. 미 스타트업들이 보낸 자율 드론은 초기에 전파 교란에 쉽게 무력화되고 수리도 어려워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 실전 피드백을 바탕으로 AI 내비게이션, 전자전 저항성, 자율 표적 식별 능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벨퍼 센터의 분석은 "정밀 타격이 지배하던 시대에서, AI와 자율 무기가 '양(quantity)이 곧 질(quality)'인 패러다임으로 전쟁을 바꾸고 있다"고 진단한다.


비즈니스가 읽어야 할 세 가지 신호

  1. 의사결정 속도가 무기다. LIG D&A의 '10분의 1' 단축, 펀진의 실시간 화기 추천, 육군의 AI 지휘결심 지원까지. 방산 AI의 1차 효용은 "더 빨리 판단하는 것"이다. 이건 비즈니스의 AI 도입 논리와 완전히 같다. ERP 대시보드를 보는 CFO와 전장을 보는 지휘관이 원하는 건 결국 같은 것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
  2. 플랫폼 + AI 패키지가 수출 경쟁력이다. K9 자주포, KF-21 전투기 같은 하드웨어에 AI 지휘통제·자율주행·예측정비 소프트웨어가 결합돼야 글로벌 입찰에서 차별화된다. LIG D&A가 팔란티어와 손잡은 이유, KAI가 1,000억을 AI 파일럿에 투자한 이유다.
  3. '소버린 AI'가 새로운 보안 표준이 된다. 네이버의 국방 특화 모델, LIG D&A의 '클로즈드 코어' 전략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AI 모델이 클라우드에 의존하면 전장에서 통신망이 끊겼을 때 무용지물이다. 엣지에서 독자 구동되는 국방 AI가 기술 주권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방산업계는 더 이상 철강과 화약의 산업이 아니다. 데이터, AI 모델, 자율 비행 소프트웨어를 누가 더 빨리 만들고 배치하느냐의 싸움으로 전환 중이다. 한국은 하드웨어에서는 이미 검증된 강자다. 이제 그 위에 소프트웨어라는 두뇌를 어떻게 심느냐가 K-방산의 다음 10년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