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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2025년 1월 딥시크 발표 하루 만에 엔비디아 시가총액 5,900억 달러가 증발했다 — 미국 증시 역사상 최대 단일 일일 손실이다.
골드만삭스는 2026~2031년 AI 인프라에 누적 7조 6,0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하지만, 맥킨지 조사에서 EBIT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줬다고 답한 조직은 39%뿐이다.
에어캐나다는 챗봇이 존재하지 않는 정책을 확신에 차서 답했다가 소송에서 패소했고, "AI가 고객에게 한 말은 곧 회사가 한 말"이라는 판례를 남겼다.
시장조성 전문 퀀트 회사 제인 스트리트는 2025년 거래 수익 396억 달러를 올렸다 — 데이터가 깨끗하고 피드백 루프가 짧은 좁은 영역에서 AI가 통한 사례다.

2025년 1월 27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600만 달러도 안 되는 비용으로 GPT급 모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17% 빠졌고, 시가총액 5,900억 달러가 증발했다. 미국 주식시장 역사상 최대 단일 일일 손실이었다. 딥시크가 AI를 무너뜨린 게 아니다. 투자자들이 "우리는 지금 무엇에 돈을 내고 있나"를 묻기 시작한 것뿐이다.

그 질문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구체적으로 바뀌었다. "AI 혁명"이라는 말 대신 "AI 부채"라는 말이 퍼지고, IT CEO들이 조용히 AI 계획을 접고 있다.

빌린 돈으로 짓는 7조 6,000억 달러의 인프라

골드만삭스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AI 인프라(컴퓨팅, 데이터센터, 전력)에 누적 7조 6,000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한다. 연간 기준으로 2026년 7,650억 달러에서 2031년 1조 6,000억 달러까지 늘어난다. 미국 고속도로 시스템(48,000마일, 35년, 6,300억 달러)보다 몇 배 큰 규모다.

문제는 그 돈이 이익이 아니라 신용으로 조달된다는 점이다. 빅테크들은 운영 유지를 위해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자사주 매입 약속을 미루면서 인프라에 현금을 쏟아붓는다. 투자 규모는 천문학적인데 돌아오는 수익은 그에 한참 못 미친다.

맥킨지가 2025년 11월 발표한 글로벌 설문에서 88%의 조직이 최소 하나의 비즈니스 기능에서 AI를 정기 사용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EBIT(영업이익)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줬다고 답한 조직은 39%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영향이 있더라도 EBIT의 5% 미만이었다. 열 개 중 여섯 개 기업이 AI를 도입해놓고 재무 성과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가트너의 수치는 더 냉정하다. 2025년 말까지 기업 생성형 AI 프로젝트의 최소 50%가 개념 검증(PoC) 이후 폐기됐다. 이유는 데이터 품질 저하, 리스크 통제 부족, 비용 증가, 불분명한 비즈니스 가치다. 프로젝트당 500만 달러에서 2,000만 달러가 드는 걸 감안하면, 수백억 달러가 기업의 무덤에 묻히는 구조다.

챗봇이 한 말은 회사가 한 말이다

에어캐나다의 판례가 기업 법률 역사를 바꿨다. 2022년 11월, 할머니가 돌아가신 날 제이크 모펏은 밴쿠버에서 토론토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하려고 에어캐나다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는 챗봇에게 사별 할인 요금을 여행 후에 신청할 수 있는지 물었고, 챗봇은 "티켓 발행 후 90일 이내에 신청하면 소급 적용된다"고 답했다. 모펏은 그대로 항공권을 샀지만, 실제 정책은 여행 전 신청이었다. 챗봇이 존재하지 않는 정책을 확신에 차서 말한 것이다.

에어캐나다는 소송에서 "챗봇은 스스로 책임을 지는 별도의 법적 실체"라고 주장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민사분쟁해결재판소(CRT)의 크리스토퍼 리버스는 이 항변을 "놀라운 주장(remarkable submission)"이라고 일축했다. "챗봇은 상호작용 기능이 있지만 여전히 에어캐나다 웹사이트의 일부다. 정보가 정적 페이지에서 오든 챗봇에서 오든 회사가 모든 정보에 책임이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에어캐나다는 812달러를 배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배상액 자체는 사소하다. 판례가 중요하다. AI가 고객에게 한 말은 곧 회사가 한 말이라는 원칙이 확립됐다. 소프트웨어에 책임을 미루거나 "기계가 그랬다"고 모른 척할 수 없다. 고객 접점에 AI를 배치한 모든 기업은 이제 AI 출력을 회사의 공식 발언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접는 게 아니라 좁히는 것

그렇다면 AI로 돈을 버는 곳은 아예 없는 걸까. 반례가 있다. 시장조성 전문 퀀트 회사인 제인 스트리트는 2025년 거래 수익 396억 달러를 올렸다. JP모건의 358억 달러보다 11% 많다. 직원은 3,500명뿐이고, 직원 1인당 평균 1,1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냈다.

제인 스트리트의 AI가 통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AI가 틀리면 시장이 즉시 돈으로 심판한다. 데이터가 깨끗하고 피드백 루프가 짧으며, 잘못된 결과는 곧바로 손실이 된다. 그 손실이 수정을 강제하고, 수정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 기업용 챗봇에는 이렇게 냉정한 심판이 없다.

가트너는 에이전틱 AI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2027년 말까지 취소될 것으로 전망한다. "에이전트 워싱"으로 기존 챗봇을 에이전트로 리브랜딩한 경우가 많고, 오케스트레이터와 거버넌스 레이어가 붙으면서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AI 프로젝트의 무덤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공통점이 있다. 전사 전략을 대신 써주는 AI나 모든 질문에 답하는 챗봇이 아니라, 고객 서비스 티켓을 올바른 부서로 보내는 라우팅 소프트웨어, 계약서에서 비표준 조항을 찾아내는 스캔 AI처럼 작고 좁고 측정 가능한 일에 적용한다. 실적 발표의 언어도 바뀌었다. "AI 기반"이라는 수사는 사라지고, "성과 중심 워크플로우"라는 표현이 자리 잡았다.

AI 부채를 만들지 않는 법

이 흐름이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AI를 접으라는 게 아니다. 다만 "전사 AI"라는 단위로 시작하지 말고, "측정 가능한 한 가지"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세 가지만 정하면 된다. 첫째,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 시간인지, 비용인지, 오류율인지. 맥킨지 조사에서 재무 성과를 못 낸 61%의 공통점은 성공 기준을 정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둘째, 실패했을 때 책임 경계가 어디인가. 에어캐나다 판례 이후 고객 접점 AI의 출력은 곧 회사의 말이다. 자동화한 만큼 감독 절차도 설계해야 한다. 셋째, PoC에서 프로덕션으로 넘어가는 기준이 무엇인가. 가트너가 지적한 폐기 원인(데이터 품질, 비용 증가, 불분명한 가치)을 PoC 단계에서 먼저 검증해야 한다.

AI 부채를 만드는 회사는 이미 2025년에 대가를 봤다. AI 자산을 만드는 회사는 지금부터 측정 가능한 한 가지에 집중한다. 첫 프로젝트는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티켓 라우팅처럼 지루하고 구체적인 일이 오히려 안전하다.

참고 자료

  • 골드만삭스 — 2026~2031년 AI 인프라(컴퓨팅·데이터센터·전력) 투자 전망(누적 7조 6,000억 달러)
  • 맥킨지 — 2025년 11월 글로벌 AI 도입 성과 설문(EBIT 측정 가능 영향 39%)
  • 가트너 — 생성형 AI PoC 폐기율 및 에이전틱 AI 프로젝트 취소 전망("에이전트 워싱")
  • 브리티시컬럼비아 민사분쟁해결재판소(CRT) — 에어캐나다 챗봇 배상 판례
  • 제인 스트리트 — 2025년 거래 수익 실적(396억 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