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IT·통신 분야 신입 채용 공고가 전년 대비 73% 급감했다. 대학가엔 "컴송"(컴공이지만 송구스럽다)이란 말이 돈다. 삼성SDS는 2024년 한 해 신규 채용을 42% 줄였고, 네이버는 아예 상반기 공채를 열지 않았다. 숫자만 보면 암담하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SI 현장에서 신입들이 채용되고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말한다 — AI가 취업을 어렵게 만든 건 사실이지만, 그게 "IT 전공자에게 기회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AI가 진짜 대체한 것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신입 개발자의 하루는 이랬다. 선배가 던져준 CRUD 화면 20개를 하루 종일 복붙하고, 컬럼명 하나 틀려서 에러 로그 뒤지고, 퇴근 전에야 "아, 오타였네" 하고 집에 갔다. 그런 업무들은 이제 AI가 한다. GitHub Copilot이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를 뽑아내고, ChatGPT가 에러 로그를 해석해준다. 그러니까 AI가 없앤 건 신입의 "일"이 아니라 신입의 "잡무"다.
AI가 대체하지 못한 것
2012년, 내가 참여한 모 제조사 ERP 프로젝트에서 있었다. 고객사 과장님이 회의 중에 "여기 버튼 색깔이 왜 파란색이에요?"라고 물었다. PM은 "UI 가이드라인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막내 개발자였던 내 옆자리 동기가 끼어들었다. "과장님, 작업자분들이 하루 8시간 이 화면을 보시는데, 파란색은 눈 피로도가 가장 낮은 색상입니다. 제가 저번 주에 현장 다녀왔을 때 실제 작업등 아래서 테스트해봤거든요." 그 동기는 그해 연말 최우수 신입상을 받았다. AI는 UI 가이드라인은 알려줘도, 현장에 직접 가서 작업등 불빛 아래서 색상을 테스트하지는 않는다. 그게 신입의 진짜 경쟁력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삼성SDS가 신입 채용을 42% 줄였다는 건, 예전처럼 "코딩만 할 줄 아는" 신입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SI 업계가 목말라하는 건 "AI로 자동화할 수 없는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다.
대기업 면접관으로 들어갔던 선배에게서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어떤 지원자가 "뭘 만들었습니다"가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게 뭔지 몰라서 세 번이나 물어보러 갔습니다"라고 말했더라는 거였다. 기술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를 한 것이다. AI가 절대 못 하는 이야기다.
결론 — 취업 시장이 어려운 건 맞다. 하지만 길은 달라졌을 뿐이다.
신입에게 바라는 건 한 가지다. "내가 AI보다 잘하는 게 뭔지"를 증명하는 것. 그게 현장에 발을 들이는 일이든, 고객의 진짜 불편을 찾아내는 일이든, 팀원의 막힌 커뮤니케이션을 뚫어주는 일이든 — 그런 경험 하나가 자격증 5개보다 강력하다. 지금 당장, 여러분이 AI보다 잘할 수 있는 게 뭔지 종이에 써보자.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AI 시대의 취업 고민,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장 경험이 있으신 분들의 이야기도 댓글로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