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설계는 산업 전체의 병목이다. 기본설계부터 상세설계까지 규모에 따라 수년이 걸린다. 그런데 현장이 바뀌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Vision AI와 sLLM을 설계 실전에 투입했다. 삼성E&A는 6800억 원짜리 미국 플랜트에 디지털트윈을 적용 중이다. SK에코플랜트 사원 한 명이 바이브 코딩으로 만든 AI 에이전트가 1600쪽 지반조사 보고서를 요약한다. 설계·시공·안전 — EPC 전 단계에 AI가 들어왔다.

설계 자동화, 도면 인식에서 sLLM까지

현대엔지니어링은 Vision AI로 비정형 P&ID 도면을 인식·관리하는 시스템을 확보하고 올해 실적용에 들어간다. 더 나아가 건설 일반 지식과 회사 특화 지식을 학습한 HEC 특화 sLLM을 업계 최초로 구축했다. 배관 Auto-Routing, 철골 Shop 도면 자동설계 등 5대 과제가 진행 중이다. 중요한 건 구조다 — 선행 시스템의 정보가 후행 단계로 자동 흘러가는 정보 파이프라인을 설계했다. 올해부터 전사 데이터 자산화도 병행한다. AI에 먹일 데이터를 정돈하는 작업이다.

스타트업 스냅스케일도 이 틈을 파고든다. 엔지니어 75명 심층 인터뷰로 개발한 오토플로우는 설계 문서의 작성·수정·검토를 AI가 처리한다. 고객사 4곳을 이미 확보했고 시드투자도 유치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잘 정돈된 데이터 없이는 AI도 허상"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데이터가 정리된 현장은 AI 적용 속도가 다르다.

디지털트윈, 6800억 플랜트 검증이 가상에서 끝난다

삼성E&A는 2025년 미국 인디애나에 6800억 원 규모 저탄소 암모니아 플랜트를 수주했다. 완공 시 연 50만t 암모니아 생산, 167만t 이산화탄소 포집. 여기에 디지털트윈과 AI 스마트 플랜트 기술을 전면 적용한다. 탄소포집 설계는 하니웰 유오피와 협력, 계약기간 30개월. 설계 단계부터 가상 공간에서 간섭과 오류를 검증해 재시공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는 전략이다.

한국남동발전은 시공 중인 고성 LNG 복합화력에 실제와 동일한 3D 가상공간을 구축했다. 설계 오류와 시공 간섭을 사전에 검토해 공기 단축과 재시공 비용 절감을 동시에 노린다. 지난해에는 영흥발전 디지털트윈이 ISO/IEC 30186 국제표준에 세계 최초로 등재됐다. SK에코플랜트는 더 과감하다. 직원이 바이브 코딩으로 개발한 AI 에이전트로 1600쪽 지반조사 보고서를 자동 요약하고 3D로 시각화한다. 수작업 대비 분석 시간과 오류 가능성을 동시에 낮췄다.

안전관리, 감시를 넘어 사전 차단으로

대우건설은 전국 주요 현장에 AI 스마트 CCTV와 건설기계용 AI 카메라를 도입했다. 안전모 미착용, 위험 구역 접근, 중장비 근접을 실시간 감지해 즉각 경고한다. 계약문서 분석 시스템 바로답 AI는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식별한다. 180개 언어를 지원하는 건설 특화 AI 번역기는 외국인 근로자 안전교육을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현장에서 사람이 하던 위험 감시를 AI가 대체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입찰요청서를 분석하는 AI-ITB 리뷰어를 AWS와 공동 개발해 올해부터 모든 프로젝트에 적용한다. Meisa와 현대건설은 국토부 AX Sprint 지원으로 40억 원 규모 자율 안전관리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드론과 4족 보행 로봇이 지반·구조·실내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경고 방송과 물리적 개입까지 연결한다. 설명가능 AI로 의사결정 근거도 추적 가능하다. SK에코플랜트는 사장 직속 AI혁신담당을 신설하고 안전·품질을 통합 리스크 조직으로 재편했다. 기술 도입과 조직 개편이 동시에 움직인다는 신호다.

데이터 없는 AI는 허상이다

플랜트 EPC의 AI는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손실 방어다. 설계 오류, 재시공, 안전사고라는 전통적 비용을 줄이는 게 핵심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강조하듯 잘 정돈된 데이터 없이는 AI도 허상이다. 도면 데이터베이스와 공정 데이터 정리부터 시작하라. 설계 검토 한 건에 AI를 붙여 회수 기간을 측정하라. 건설업의 노동생산성은 제조업 대비 30% 수준이다.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