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건설 현장에서 643명이 목숨을 잃었다. 절반이 넘는 329명은 공사비 50억 원 미만의 중소현장에서 나왔다. 사망 원인은 추락 53%, 협착 44%. 이 숫자가 바뀌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중소현장에 AI CCTV를 무상 지원하고, DL이앤씨는 32개 모니터로 전국 현장을 실시간 감시한다. GS건설은 철근을 스스로 묶는 로봇을, 현대건설은 어깨 부하를 60% 덜어주는 착용 로봇을 현장에 투입했다. 건설 안전이 AI로 다시 쓰는 방정식이다.

AI CCTV와 32개 모니터, 현장의 눈이 바뀐다

DL이앤씨는 서울 마곡 사옥에 스마트 종합안전관제상황실을 열었다. 55인치 모니터 32개가 한 벽면을 채운다. 전국 200여 현장의 근로자 출역, 안전조치 이행 여부, 고위험·외국인 근로자 구분, 실시간 CCTV 영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근로자가 착용한 '안전삐삐'는 위치와 층수를 추적하고, 미승인 구역에 발을 들이면 경고를 보낸다.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SOS 신호가 들어오면 구조 대응이 시작된다.

코오롱글로벌은 지난 5일 통합 플랫폼 'KNIT'를 공개했다.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디지털 솔루션 5개를 하나로 묶고, 전 현장 CCTV를 실시간 통합관제센터 대시보드에 연결했다. 체감온도, 화재감지기, 타워크레인 충돌 알람까지 한 화면에서 본다. 부적합 사항이 발견되면 발견부터 조치 완료까지 모든 절차가 디지털로 기록된다. 코오롱글로벌은 이 체계로 부적합 조치율 100%를 달성했다. 폭염 기준을 초과하면 문자와 메신저로 자동 알림이 날아간다. 온열질환 모니터링 장비는 전 현장에 배포됐다.

LH는 AI 기반 실시간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늘봄 A-Eye'를 운영한다. 안전모 미착용, 작업자 쓰러짐, 화재·연기를 생성형 AI가 실시간 감지한다. 분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현장-지역본부-본사 3단계였던 관제 체계를 현장-본사 2단계로 단순화했다. 대우건설은 디지털 트윈과 BIM 품질관리로 설계·시공 오류를 사전 검증하고, 외국인 근로자 언어장벽 해소에 AI 통번역을 적용한다.

철근을 묶는 로봇, 어깨를 받치는 로봇 — 사람 대신 위험을 떠안는다

GS건설은 지난 6월 국토교통기술대전에서 철근 결속 자동화 로봇을 선보였다. 카메라 6개와 다중 레이저 센서로 철근 교차점을 AI 비전이 인식한다. 로봇이 스스로 이동하며 교차점을 결속하고, 결속이 누락된 구간까지 감지해 품질 검증까지 수행한다. GS건설은 이 로봇으로 현장 생산성을 약 20%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산업부 3년 국책과제 2년차 결과물이다.

현대건설은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 클래스트 현장 내장목공사에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를 건설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어깨 관절 부하를 최대 60%, 전측방 삼각근 활성도를 30% 줄여준다. 목공처럼 팔을 들어 올리는 작업이 많은 공정에서 피로 누적을 확 줄이는 장비다. 현대건설은 이 밖에도 자재운반 로봇, 청소 로봇, 4족 보행 로봇을 실증 중이다. 타워크레인은 지상에서 조종사가 원격 제어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살수드론은 철거 현장에서 분당 50L의 물을 뿌리며 비산먼지를 잡는다.

롯데건설은 가디언웍스와 '고소작업대 스마트 과상승 방지 시스템'을 개발했다. 초음파와 적외선 비접촉 센서가 2단계로 감지해 충돌·끼임 사고를 예방한다. 삼성물산은 장애물을 인식하며 자재를 나르는 자율주행 운반 로봇을 실증했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다. 사람이 하기엔 육체적 한계가 명확한 작업을 기계가 떠안는 구조다.

46.7억 달러 시장, 정부는 60%를 중소현장에 배정한다

Fact.MR에 따르면 글로벌 건설 로봇 시장은 2026년 46.7억 달러에서 2036년 135억 달러로 성장한다. 연평균 11.2%다. 벽돌쌓기 로봇이 제품 점유율의 46%를 차지하고, 빌딩 건설이 적용 분야의 52%를 점한다. 시장을 밀어 올리는 동인은 명확하다. 숙련 노동력 부족, 인건비 상승, 안전 규제 압력, 그리고 AI와 실시간 현장 모니터링의 융합이다. Komatsu, Caterpillar, Boston Dynamics, 두산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등이 이 시장에서 경쟁한다.

정부 지원은 중소현장에 집중된다. 국토부 2026년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사업은 지능형 AI CCTV, 온디바이스 AI CCTV, 장비접근 알림장비 등 10여 종을 설치부터 운영, 유지관리, 해체까지 전 과정 무상 지원한다. 핵심은 배분이다. 전체 물량의 60%를 공사비 50억 원 미만 현장에 우선 배정한다. 643명 중 329명이 나온 바로 그 구간이다. 국토안전관리원은 6,600만 원 규모의 온디바이스 AI 이동식 CCTV 계약을 공고했다.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는 기술실증 지원금을 최대 2,500만 원으로 올리고, 위험 작업 탐지·균열 점검·고소 구조물 관리까지 AI 과제로 채택했다. 국토부는 상반기 건설기술 혁신 R&D 예산 600억 원을 전액 집행했다.

안전모 하나에서 시작하는 전환

건설 안전의 축이 사고 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겨갔다. 32개 모니터가 200개 현장을 동시에 보고, 철근 결속 로봇은 사람이 허리를 숙이던 자리를 대신한다. 정부는 사망자의 절반이 나오는 50억 원 미만 현장에 지원 물량 60%를 배정했다. 방향은 맞다. AI는 사고를 예측하는 기술이 아니라,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는 기술이다. 안전모 미착용을 감지하는 CCTV 한 대에서 시작해도 된다. 그 데이터가 쌓이면, 다음 현장의 사고 하나를 막는 패턴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