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에 있는 HD현대일렉트릭 배전캠퍼스. 85,420㎡ 부지 위에서 AMR 12대와 물류 셔틀 20대가 쉬지 않고 자재를 나른다. 1명이 시간당 400개를 찍어내고, 납기 준수율은 100%에 근접한다. 1,161억 원을 투입해 자동화율을 93%까지 끌어올린 결과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에 10조 원을 쏟아붓고, 한독은 42억 원으로 제약 공장에 AI 에이전트 6개를 띄웠다. 제조 현장의 생산 방정식이 AI 로봇으로 다시 쓰이고 있다.

1,161억이 만든 속도 — HD현대일렉트릭의 93% 자동화

HD현대일렉트릭은 청주에 그린필드로 배전캠퍼스를 지었다. MCCB 라인 자동화율은 95%. AMR 12대, 자동 케이스 핸들링 로봇 10대, 물류 셔틀 20대가 14개 라인에서 하루 3,000개의 MCCB를 찍어낸다. AI 수요예측 기반의 'Single Plan'이 5만 개 제품 변형을 유연하게 소화한다. OEE는 58%에서 75%로 뛰었고 2030년 90%가 목표다. 연산 능력은 500만 대에서 850만 대로 확장했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건 단납기 경쟁력이다. 이튼·슈나이더·ABB가 수년 치 주문으로 허덕일 때, HD현대일렉트릭은 빠른 납기로 북미 배전시장을 파고들었다. 배전기기 매출은 2021년 4,510억 원에서 2024년 7,459억 원으로 올랐고, 전체 매출 비중 15%를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자동화율 93%가 만든 속도 차이다.

10조·42억·4조 — 각자 다른 방식으로 푸는 제조 AI

삼성중공업은 접근 자체가 다르다. 10조 원을 거제조선소의 '3X 자율형 조선소' 전환에 쏟는다. DX·AI·로봇을 한 번에 얹는 구조다. 파이프 로보팹은 연면적 6,500㎡에서 연간 10만 개 배관 스풀을 로봇이 용접한다. S-EDH 엔지니어링 허브로 설계 자동화율을 2030년까지 두 배로 늘리고, 100% 무도면 조선소를 실현하는 게 목표다. SAS 자율운항시스템은 에버그린 15,000TEU 컨테이너선으로 태평양 1만㎞ 실증을 이미 마쳤다.

한독은 제약 공장에 AI 오케스트레이션을 깔았다. 42억 원(국비 포함)으로 생산·품질·물류·설비·에너지·안전 6개 전문 AI 에이전트와 슈퍼바이저 에이전트를 동시에 띄웠다. 디지털 트윈과 '1인 원격 관제'로 GMP 규정까지 준수한다. 병 라인 2차 포장에는 AMR과 Robotizer 자동 적재 로봇을 도입했다. 서연이화는 연매출 4조 원 자동차 부품사다. 코난테크놀로지와 손잡고 20종의 Agent AI를 심었다. S-ENG가 공정을 설계하고, S-MLD가 금형을 개발하고, S-QCX가 품질을 관리한다. 다중 에이전트가 품질 이슈를 분석하고 유사 사례를 찾아 개선안까지 제안한다. VLM과 OCR로 숙련공의 묵시적 지식까지 자산화한다.

1,167만 톤 데이터가 밸브를 돌린다 — 공정 AI의 승부처

INEEJI는 시멘트 킬른·정유·석유화학·제철 가열로에서 1,167만 톤의 공정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 데이터로 만든 'Infinite Optimal Series'는 숙련공의 밸브 조작 패턴까지 학습해 자동차 자율주행 레벨 3 수준으로 공정을 직접 제어한다. GS칼텍스 정유공정 효율 20% 향상, HD현대중공업 용접 검사 12.5% 단축, TYM 불량 검사 11% 생산성 향상. 일본 철강·시멘트 기업도 도입했다. 국가전략기술 보유기업으로 첫 지정된 이유다.

모비스는 보그워너 창녕 공장에 4,155억 원(매출액 대비 8.2%) 규모의 자율 스마트팩토리 AI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경산시는 19억 원(국비 9.5억)으로 AI 팩토리로봇 특화거점을 짓는다. 초거대AI클라우드팜과 디지털 트윈을 연계해 기업이 로봇 도입 전 사전 검증을 할 수 있게 한다. 용접·프레스 공정 최적화를 위한 협동로봇 개방형 테스트베드도 들어선다.

1,336개사가 모인 M.AX — 정부 7,000억이 실을 당긴다

정부의 M.AX 얼라이언스는 출범 100일 만에 1,336개 기업·기관이 모였다.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포스코·SK에너지 등 대기업부터 중소 제조사까지 망라한다. 2026년에만 7,000억 원을 투입하고, 제조업 AX 원년으로 삼았다. 휴머노이드 실증 현장은 10개에서 30개로 확대한다. 조선소 용접과 물류창고 이송 같은 위험·난작업 공정이 우선이다. 13개 AX 실증 산업단지를 전국에 조성하고,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에 5년간 1조 원, 자율운항선박에 6,000억 원을 병행 투자한다. 다크 팩토리(무인공장)를 수출 패키지로 묶어 해외 공급하는 전략도 그려졌다.

로봇 대수보다 데이터 깊이가 승부를 가른다

자동화율 93%가 단납기 무기가 되고, 10조 원 조선소가 자율운항으로 나아가고, 42억 원 제약 공장이 1인 관제로 움직인다. 공통분모는 현장 데이터다. HD현대일렉트릭은 5만 개 제품 변형을 AI로 풀고, INEEJI는 1,167만 톤 공정 데이터로 밸브를 직접 돌리고, 서연이화는 VLM으로 숙련공의 묵시적 지식을 읽는다. M.AX 1,336개사와 정부 7,000억 원이 증명하는 지점이 여기다. 제조 AI의 진짜 승부처는 로봇을 몇 대 투입했느냐가 아니라, 현장 데이터를 누가 더 깊게 학습시켰느냐다. 당신 공장의 첫 AI 에이전트는 어디에 붙일 것인가.